[국내뉴스]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두 평론가와 대담
2005-08-08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복수 갖고 장난치냐 오해”
박찬욱 감독(가운데)과 이지훈 <필름 2.0> 편집장(왼쪽), 영화평론가 심영섭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첫날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더니(25만명), 개봉 10일째인 7일엔 285만명 동원을 넘보고있다. 개봉 이틀째부터 상영관도 50여개 늘어 420여곳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에 놀란 투자배급사 시제이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목표를 관객 500만명으로 높혀잡았지만, 아직 장밋빛 전망을 장담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진, 폭력적인 단순성 논리 비켜가
심영섭, 예정된 수순 예외의 쾌락 결핍

이런 흥행 호조 분위기와 맞물려 지난 5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과 관객, 영화평론가들의 대담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주간지 필름 2.0 이지훈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대담엔 관객 100여명이 참여해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금자씨가 선택한 속죄 수단이 복수고, 살인이다. 너무 단순한 논리를 추구한 결과, 금자씨가 어떤 비극을 낳고 어떻게 실패를 깨닫게 되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인과 복수와 응징을 통해 영혼이 구원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마지막에 좌절을 깨닫는 것, 좌절했지만 그래도 또는 그렇기 때문에 금자씨는 아름다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또 “장난스러운 장면이 많아서 ‘복수 갖고 장난치느냐’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며 그에 대한 해명을 곁들였다. “백 선생 처형 장면의 경우, 피해자들을 마냥 정당하고 불쌍하게 묘사하지만은 않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 지점이다. 처형을 앞둔 피해자들의 모습이 조금 웃길 수는 있지만 그들은 너무 처절하고 절박하며, 그들의 행동이 아무리 우스워도 장난이 아닌 것 처럼, 이 영화가 아무리 장난처럼 보여도 영화도 장난이 아니었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친절한 금자씨>의 클라이막스는 ‘안티 클라이막스’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의 기대치를 급격히 떨어뜨린다”며 금자씨의 이야기 구조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심영섭씨는 “영화에 기승전결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그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복수 장면을 제외하고는 너무 예외가 없고, 복수 과정 역시 그대로 예정된 운명을 밟아가기 때문에 관객들이 예외나 이야기 구조를 통해 쾌락을 얻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과 두 평론가가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이견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날 대담은 두 평론가가 농담처럼 ‘박찬욱 팬클럽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받을 정도로 화기 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사진 동숭 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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