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맞고 터지고 달래고, <미스터 소크라테스> 촬영현장
2005-08-08
글 : 오정연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김래원 주연 <미스터 소크라테스> 촬영현장

충북 제천시 모처에 위치한 정선분교에 도착하려면, 가로등 하나없는 굽잇길을 따라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 7월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한밤중에 도착한 <미스터 소크라테스> 촬영현장에는, 범죄조직에 의해 강력계 형사로 길러진 패륜아, 구동혁(김래원)을 길들이기 위한 집단 린치가 한창이다. 음산한 폐교는 구동혁에게 세상의 생존법칙을 가르치는 장소로는 그만이다. 피투성이가 된 구동혁에게, 흐트러짐 없는 복장의 조 변호사(윤태영)가 담배를 건넨다. “너랑 나랑 힘을 합하면, 우리가 이 조직을 먹을 수도 있어.” 번드르르한 말투로 구동혁을 훈시하는 그는, 악질 양아치 구동혁을 형사로 길들인 범죄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는 변호사. 그런데 조 변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는 구동혁, 짐짓 신경써주는 듯한 조 변호사의 가장된 친절이 못마땅한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분 전. 구동혁의 얼굴을 구둣발로 짓이기고, 끙끙대는 그의 배를 걷어찼던 장본인이 조 변호사다. 그는 친동생 구동필(허정민)을 구하기 위해 이 외진 곳을 찾아온 구동혁에게, 엄청난 물고문과 구타, 협박과 회유를 반복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끝내 길들여지지 않는 구동혁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이미 흠씬 두들겨맞은 얼굴로 현장에 나타난 김래원, 어쩌다가 “50:1로 두들겨맞는 일은 다반사”인 주인공을 연기하는 바람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가운 운동장 바닥에 배를 깔고 있어야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힘을 싣진 않았지만 윤태영의 구둣발이 그의 목을 누르고, 가격하진 않았지만 바로 코앞까지 윤태영의 발이 다가오길 몇 차례. 모니터상으로 봤을 때 구동혁의 얼굴을 향한 조 변호사의 인정사정 보지 않은 발길질이 제법 그럴듯하다.

“형사가 되기 위해 주입식 교육을 받다보니 동혁은 ‘악법도 법이다’를 인생관으로 받아들이게 된 케이스. 그는 많이 배우고 똑똑한 이들과 달리 한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캐릭터”라는 최진원 감독의 말은 <미스터 소크라테스>라는, 액션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영화의 제목을 설명한다. 동혁의 단순무식함이 영화의 반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일까. 도무지 구제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인간말종은 강력계 형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결국 어떻게 받아들일까. 50% 정도 촬영을 마친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오는 10월 말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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