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예상 밖의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아일랜드>, 이번엔 표절 소송이다. ‘<아일랜드>는 복제물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소송의 경과를 소개한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1977년에 만들어진 B급 SF영화 <Parts: The Clonus Horror>(이하 <클로너스>)의 시나리오 작가 마이를 슈라이브만과 감독 로버트 파이브선은 <아일랜드>의 극장 개봉을 중단하고 더이상의 배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로너스>는 ‘아메리카’라고 알려진 유토피아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클론들의 비밀왕국에 대한 영화. 인간이 여벌의 장기를 필요로 할 경우에 대비하여 키워진 이 클론 중 한명이 도망쳐, 인간 복제 시스템을 폭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일랜드>의 개봉 직후 <프리미어>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아일랜드>의 전반부 한 시간은 (<클로너스>의) 좀더 비싼 리메이크처럼 보인다”며 두 영화의 노골적인 유사성을 지적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마치 클론처럼 비슷한 두 영화에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며 조목조목 두 영화를 비교했다. 공통점은, <아일랜드>의 클론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클로너스>의 클론은 아디다스 셔츠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는 것, 두 영화의 클론이 모두 감독관의 감시를 받고 남자주인공인 클론이 또 다른 여자 클론과 사랑에 빠지는 것, <아일랜드>의 클론이 금속성 팔찌를 표식처럼 지니고, <클로너스>의 그들은 귀고리 같은 금속성 인식표를 착용하는 것 등 여섯개 항목에 걸쳐 있다. <클로너스>의 제작진 역시, 소송에 제시한 서류에 무려 90가지에 달하는 공통점을 예시로 들었다고.
<아일랜드> 제작진에 이메일을 보내 두 영화의 유사성을 경고했다는 파이브선은 “누군가는 나에게 <아일랜드>가 <클로너스>의 공식적인 리메이크인지를 물어왔다”고 말했고, 이에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아일랜드>가 고유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 아무래도 인간복제라는 미래의 문제를 고민하기 전에, 혹시나 본인의 영화가 무엇을 복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