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내가 사는 영국에선 여름은 타블로이드 신문의 “우스꽝스러운 시즌”(silly season)으로 여겨진다. 중대한 뉴스는 별로 없고, 스포츠가 군림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달에서 발견됐다”거나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기사가 대중 신문의 전면을 도배한다. 그런 태평스러웠던 9·11 이전의 세계를 기리며, 떠돌이 영화평론가들의 일을- 아니, 솔직히 적어도 내 일을- 조금 더 즐겁게 해줄 수 있는 7가지 방안을 영화계에 대고 제안할까 한다.
1.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제발 영화에 맞춰 엔딩 크레딧도 짧게 해달라. 어떤 때는 엔딩 크레딧이 영화만큼이나 긴 경우도 있는데, 아무도 그대의 어머니나 이웃이 정신적 지원을 해줬건 그렇지 않았건 상관하지 않는다(최근 DV로 찍은 1분짜리 인도 단편을 봤는데, 보도자료가 8쪽이나 됐다. 요즘은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듯하다).
2. 홍보사와 영화제 카탈로그 편집자들에게: 배우 이름만 나열하지 말고 제발 각 배우가 연기한 인물의 이름도 넣어달라. 사실, 비평가들은 개인 연기를 칭찬해주는 걸 좋아하는데,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킬 수 없을 땐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러니 우리가 배우들의 커리어를 도울 수 있게 도와달라.
3. 감독들에게: 제발 소속 제작사와 판매 대행사의 말을 들어라. 특히 데뷔작이거나 두 번째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를 대중과 해외 배급업자들에게 파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만큼 당신보다 그 일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다(아니면 ‘알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유럽 감독의 꽤 전망 좋은 데뷔 장편을 보고 나왔는데, 프로듀서와 판매 대행사 직원이 어떻게 하면 영화를 더 낫게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물어왔다. 내가 의견을 말하자 그들은 무력하게 어깨를 움찔하며 “우리도 동의한다. 그러나 감독을 설득할 수 없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4.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대부분의 관객이 당신 영화를 살면서 단 한번만 볼 것이라는 사실을 제발 염두에 둬달라. 오늘날 여러 인물이 나오는 영화들에서 관객은 플롯에 집중하기보다는 처음 30분 동안은 누가 누군지, 누가 누구에게 관련이 있는 건지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인물들을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소개하고, 배경도 알려줘라. 그리고 관객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인물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도록 해라.
5. 자막 번역가들에게: 제발 말의 맛이 단어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달라. 특히 아이러니한 코미디나 잘 쓰여진 드라마들에선 더욱 그렇다. 그리고 하나의 특정한 문화(예를 들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만 사용되는 고유한 슬랭이나 어휘는 쓰지 말아달라. 관객을 소외시키게 될 것이다(감독과 프로듀서를 위한 메모. 당신이 고등학교 때 영어를 배웠을지라도 자막 감수를 할 땐 원어민을 신뢰하라).
6. 영화 판매 대행사들에: 영화의 영어제목을 붙일 때는 제발 주의 깊게 생각해라(그리고 원어민들과 상의해봐라). 너무 많은 영화들이 서투르게 만들거나 영화 자체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제목 때문에 국제적으로 스타팅블록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도대체 누가 <하얀방>에 “Unborn but Forgotten”(직역: 태어나지 않았지만 잊혀진)이라는 영어제목을 붙인 건지?).
7. 제작자들에게: 제발 영화제 상영을 영예로운 시범 상영장으로 이용하지 마라. 대부분의 영화를 만드는 데 투자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서둘러서 영화를 전세계 언론 앞에 내다놓고서야 당신 영화가 (1)너무 길거나 (2)너무 느리거나 (3)음악이 더 필요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4)지구상 어디에도 도저히 관객을 찾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없다. 시범 상영이란 원래 비공개여야 한다. 시범 상영할 기회는 따로 있었고, 날려버린 건 당신이다. 그리고 문제를 고칠 때까지 비평가들이 평을 안 쓰고 기다려주진 않을 것이니 기대하지 말라.
이 여름, 아무쪼록 모두들 즐거운 관람하시길….
In my own country, the U.K., summer is traditionally known as the "silly season" in tabloid journalism - a time when hard news is in short supply, sport reigns, and silly stories like "Elvis discovered on the Moon" or "Man bites dog" fill up the pages of popular newspapers. In tribute to that carefree, pre-9/11 world, I offer eight suggestions to the film community that would make the job of peripatetic film critics - well, okay, MY job, at least - a little bit more pleasant.
1. Short filmmakers: please keep your end titles short as well. They're sometimes as long as the film itself, and no one really cares if your mother or neighbours gave you moral support. (I recently watched a one-minute Indian film, shot on DV, that had an eight-page pressbook. Everyone nowadays wants to be an auteur.)
2. Publicists and festival-catalogue editors: please list the characters that each actor played, not just the actors' names. Critics actually like to praise individual performances, and that's difficult if you can't match a face to a name. So, help us to help the actors' careers.
3. Directors: please listen to your producers and sales agents, especially if it's your first or second movie. It's their job to sell your movie to the public and foreign distributors, and they know (or should know) more about that than you. (Just recently, at the Locarno festival, I came out of a very promising first feature by a European director, and the producer and sales agent asked how it could be improved. I gave them my opinion, and they said, helplessly shrugging their shoulders, "We agree. But we can't persuade the director.")
4. Scriptwriters: please remember that most audiences will only watch your film once in their lifetime. In today's multi-character movies, viewers often spend the first half-hour working out who's who, who is related to whom, and what they do for a living, instead of concentrating on the plot. Introduce your characters succinctly but clearly, give them backgrounds, and have them to refer to each other by name until the audience can get its bearings.
5. Subtitlers: please realise that the flavour of the words is often just as important as the words themselves, especially in ironic comedies or well-written dramas, and don't use slang or vocabulary that's too specific to one particular culture (e.g. American or British) as you'll alienate audiences. (Note to directors and producers: trust a native speaker to edit your subtitles, even if you studied English at high school.)
6. Sales agents: please think carefully (and consult native speakers) when deciding on an English title for the movie you're selling. So many films haven't even got off the starting-block internationally because of a title that sounds clumsy or doesn't reflect the product. (Whoever thought up the English title "Unborn But Forgotten" for "The White Room"?)
7. Producers: please stop using festival screenings as glorified test screenings. Given the time that is expended on making most films, it shouldn't be necessary to rush your film before the world's press for you to realise it (a) is too long, (b) is too slow, (c) needs more music, or (d) has absolutely no audience anywhere in the universe. Test screenings are meant to be private. You had your chance, you blew it and - no, we won't hold our reviews till you have a chance to fix the problem.
Happy summer viewing to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