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연애의 목적> 생동감 만점의 도발적 연애담
2005-08-20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젖었어요?” “5초만!” “난 다른 조개가 더 좋은데...” 올해 상반기 가장 화제가 되었던 명대사(?)들이 속출하는 영화 <연애의 목적>은 얼핏 연애를 조금 자극적으로 포장하여 파는 영화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오히려 이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연애의 탐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마치 어린애처럼 데이트와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 유림(박해일), 그런 그에게 함께 자려면 50만원을 내라는 당돌한 여자 홍(강혜정)이 갖은 오해와 난관을 거쳐 결국 함께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관객들은 유림의 너무나 노골적인 캐릭터와 우유부단하기만 해 보이는 홍의 모습에 ‘저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아!’ 라는 불만을 터뜨릴 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서의 연애 그 자체이다. 연애의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 나가는 유림과 홍의 이야기는 연애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순수하지도, 달콤하지도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즉, <연애의 목적>은 흔한 틀에서 벗어난, 다소 파격적인 ‘연애 과정’을 통해 상처를 가진 한 여자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유치한 한 남자가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다소 자극적이고 불쾌함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몇몇 장면이나 대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본래 목적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관객 자신을 반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감을 가진 등장인물 묘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경쾌한 연출 등 영화적 완성도도 준수하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깔끔하고 꾸미지 않은 화면의 느낌이 좋은데, DVD도 밝고 화사한 색감을 잘 살리고 있으며, 선명도도 높다. 어두운 장면에서도 의외로 사물의 디테일이 잘 무너지지 않는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 역시 대사 전달력이 높고, 세밀한 효과음이나 배경음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서라운드 효과는 그리 빈번하지 않지만 바람이 나뭇잎을 산들산들 흔드는 음향이라든가 군중 장면에서의 입체감 등을 잘 살리고 있다.

아쉽게도 부록은 영화만큼 발랄하지는 못하다. 한재림 감독과 최선중 프로듀서, 박해일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촬영 과정의 에피소드 나열 중심의 전형적인 후일담이다. 그 점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워낙 영화의 내용과 묘사가 화제를 모았던 장면이니만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훨씬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는다. 메이킹 다큐멘터리도 짤막짤막한 인터뷰들의 모음으로 현장감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스탭들이 말하는 연애의 목적' '포스터 촬영 현장' 'OST 작업' 등은 제목만으로도 기존의 한국영화 DVD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특히 극중의 주요 대사가 나오는 장면과 그 촬영 장면을 교대로 보여주는 '대사의 맛'은 설명도 없이 방만하게 편집되어 가장 지루한 부록으로 꼽을 만하다.

단, 30분에 이르는 삭제 장면들은 등장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보다 탄탄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었던 것들이 많아 본편과 연계하여 감상하면 흥미롭다. 감독과 프로듀서의 음성해설도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한데, 대부분 시간상의 문제 또는 극의 페이스 조절 때문에 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부록이 지나치게 전형적인 구성으로 타이틀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있기는 하지만, <연애의 목적>은 작품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올해 가장 흥미로운 DVD 가운데 하나다. 극장에서 놓친 관객이라면 여유 있게 유림과 홍의 연애담을 지켜보면서 자신만의 ‘연애의 목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재림 감독 인터뷰
삭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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