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8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외출>(주연 배용준, 손예진)이 8월23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1,2,3관에서 첫 시사를 가졌다. 이날 시사회에는 내외신 기자 1000명과 배급관계자, 배용준의 일본 팬이 운집하고 다수의 경호 인력까지 배치돼 혼잡을 빚었다. 시사 시작 전 무대 인사에서 손예진은 “4개월간 극중인물 서영으로 살았다”고 촬영기간을 회고했고 배용준은 “첫 무대 설 때보다 더 떨린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외출>은 공연 조명감독 인수(배용준)가 아내 수진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눈발을 거슬러 삼척으로 차를 몰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응급실 앞에서 그는 수진과 한 차에 탔던 남자 경호(류승수)의 아내 서영(손예진)과 마주친다. 혼수상태에 빠진 배우자들이 은밀한 연인이었다는 사실에 직면한 인수와 서영은, 분노와 절망감에 목이 멘다. 그리고 고통스런 시간을 함께 통과하면서 마치 배우자들의 그림자놀이를 하듯 죄스러운 사랑에 빠진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겨울의 삼척으로 무대를 제한한 <외출>은 인수와 서영의 사랑을 밀실 드라마처럼 두 인물에 집중해서 찍었다. 허진호 감독이 촬영 전 밝힌대로, 감정 표현에 좀더 대담해지고 인물에 더욱 밀착하겠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다. 반면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를 인상지운, 비범한 디테일을 통한 감정 묘사, 생략과 확장의 리듬감, 자연스러운 유머는 많이 희석됐다.
시사가 끝나고 5시반부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허진호 감독은 “배우자들의 사랑을 처음에는 더럽다고 느꼈지만 본인들도 그런 사람임을 깨닫는 인수와 서영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영의 남편 영정 사진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모습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또, “카메라로 인물에 더 다가가고 싶어 배우들에게는 표정이 정직했으면 좋겠고 얼굴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외출>은 한국을 시작으로 대만에서 9월9일, 일본에서 일주일 뒤에 개봉한다. <외출>시사회가 끝난 후 참석한 일부 평론가들의 반응을 정리했다.(가나다 순)
“전체적으로 좋게 봤다. 주인공들의 극단적 상황에 처한 두 인물 사이에서 관계가 생성되는 정서가 마음에 든다. 기존 허진호 스타일과는 어긋나는 점이 있다. 편집이 허술하달까, 전작들에 비해 에피소드들이 쌓이고 맞물리며 축적되는 맛이 덜한 것 같다. 애초 전작과는 선택한 이야기 소재부터 달랐던 것 같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은 모두 순간을 포착해 영원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외출>의 인수는 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조명감독이다. 반면 <외출>에서 이야기의 결말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것도 전작과 균열이 있는 부분이다. 손예진의 연기는 허진호 감독의 전작에서 재발견된 심은하, 이영애의 당대 최고 미녀배우의 계보를 이을 만하며 연기력은 오히려 그들보다 낫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김봉석)
“예쁜 영화다. 잘 만들었다. 하지만 이전 허진호 영화에 비해 조금 비어 있다고 느꼈다. 형식과 상황에 지나치게 얽매어 있다는 느낌도 준다. 설정만 따진다면 가장 많이 무장해제되어야 할 캐릭터들과 배우들이 지나치게 자기방어적이다. 감독이 원했던 아이러니도 그 때문에 많이 죽은 듯 하다. 자기연민을 조금 줄이고 그 빈 자리를 다른 감정과 동기로 채웠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듀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여름(청춘)에 찾아온 죽음(겨울)의 이야기였고 <봄날은 간다>가 봄(청춘) 속에 숨겨진 가을(이별) 이야기였다면 <외출>은 배우자들의 불륜 속에 찾아온 연애 이야기,즉 겨울에 숨겨진 봄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영어제목인 <봄눈>이 더 딱 맞는 제목이다.계절에 인생을 담아 이야기하는 허진호 감독의 화술은 여전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허진호 영화의 세계는 한옥과 마룻장 미장센에 실린 가족간의 관계를 그렸다면 <외출>은 두 사람의 내밀한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절반 이상의 숏이 인물에 밀착하는 영화다. 그러므로 배우의 연기와 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두 배우의 연기가 결혼한 남녀의 심리를 체화하지 못한 것 같고, 밀도도 성긴 점이 아쉽다. <봄날은 간다>까지 이어진 허진호 미학이 만개하지는 못한 듯 하다. 감독 색깔보다 배우, 제작사 첫 작품이라는 점 등 외적 요인이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심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