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가지고 SICAF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2005-08-25
글 : 김도훈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중학 시절 본 석양이 지금보다 밝게 느껴지지 않나”

<별의 목소리>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첫 번째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가지고 SICAF를 방문했다. 아스라한 사춘기의 기억을 하이쿠처럼 디지털애니메이션에 담아내는 ‘자주애니메이션 작가’ 신카이 마코토는, 자신의 작품처럼 여리고 섬세한 남자다. 그의 속삭이는 목소리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요약해서 싣는다.

-중편 <별의 목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과 자본이 들었을 텐데.

=이번 작품은 원래 50분짜리 OVA로 기획되었는데, 90분짜리 장편이 되어버렸고 제작비도 두배(200만엔)로 늘었다. 그동안 많은 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왔지만 독창성을 살리기 위해서 큰 회사와는 손을 잡지 않았다. 사실 일본에서도 이런 식으로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일본에서는 제작비가 1억5천만엔이면 1억엔은 선전비로 쓰는 경우가 많아 적자가 거기서 다 나온다. 나는 그걸 모두 제작비로 돌리고 싶다. 일본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을 이해해주는 제작사, 극장하고만 일을 하게 된다.

-당신의 영화는 정지한 듯한 ‘순간’들을 담고 있다. 작은 전철역, 떨어지는 빗방울 등. 이같은 장면들이 당신 영화의 직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순간들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추억이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큰 사건들보다도 일상적인 세탁기나 가스풍로의 소리 같은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특히 태어난 곳이 시골이어서 그런 부분들이 더 많이 드러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사춘기 중·고교 시절에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하다.

=사춘기 때도 별로 심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아니었다. 내 작품의 큰 테마 중 하나는 대도시에서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미성숙하다고 느끼고, 더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빛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늘, 작은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거나 하는 장면들.

=빛에 대한 표현에 신경쓰는 이유는, 옛날에 본 추억들, 해가 질 때 아름다웠던 모습의 기억.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생각해보면, 중학 시절에 보았던 석양이 지금보다 밝게 느껴지지 않나. 처음 그것을 대했을 때의 임팩트와 감동이 커서일 수도 있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예산이 큰 영화는 흥미가 없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을 얻었기 때문에 지금 스타일로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20분이 넘지 않는 단편들을 모아서 옴니버스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인 10대에서 30대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내용이다.

-당신 영화의 주인공들이 성장할 수 있을까.

=내 자신이 성장한다면 더 성숙한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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