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 제작보고회 현장
2005-08-26
글 : 문석
<사랑니>의 배우 이태성, 김정은, 정지우 감독(왼쪽부터)

“제가 중년남이긴 한데 어른 여자 이야기에 계속 흥미를 갖고 있고, 매혹을 느끼거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8월2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사랑니> 제작보고회에서 정지우 감독은 다소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 쑥스러움은 자신의 ‘여성지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해피엔드> 이후 6년이 지난 뒤에야 신작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비롯된 듯 보였다. 6년만의 ‘외출’이 그를 긴장케했다는 사실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까 버벅거리게 되고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라고 말을 이어나간 데서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니>는 학원 강사인 서른살의 여성 조인영(김정은)이 학원을 찾아온 열일곱살의 고등학생 이석(이태성)에게서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의 모습을 발견한 뒤 위태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영이 보기에 이석은 십여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이름도 같고, 얼굴마저 똑같다. 열세살 터울 커플의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영과 이름이 똑같은 한 여자아이가 이석을 찾아 학원으로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른살 여성과 열일곱 남자아이의 이 사랑 이야기는 몇몇 영화적 장치를 통해 후반부에 강렬한 반전효과를 일으킬 게 틀림없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과 메이킹 동영상,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사랑니>가 두 사람의 사랑을 ‘불륜’이라는 모티브로 칙칙하게 그리는 대신, 경쾌하면서도 애잔한 감흥을 담아 묘사할 것임을 보여줬다. 인영은 룸메이트인 정우에게 “나 그애와 자고 싶어”라고 내뱉지만, 실제 둘의 관계는 그렇게 육체적인 듯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 두명의 인영과 두명의 이석의 이야기가 오묘하게 얽히는 상쾌한 러브스토리라는 인상을 줬다.

인영 역할을 맡은 김정은은 “코믹연기를 주로 했는데, 연기의 출발 자체가 다른 점이 많아서 어려웠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낯선 면이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행복했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나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당찬 성격의 이미지로 보여졌는데 이번에는 나름대로 소심하고 여성스런 면도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서른살과 열일곱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어두침침한 느낌으로 받아들이던데, 현실적으로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그려냈다”고 이야기했다.

“열일곱살 때건 서른살 때건 이가 아픈 것은 막을 길이 없고 피할 길이 없지 않나. 나이를 먹어도 아프고 언제나 아프다는 면이 사랑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제목을 <사랑니>로 정한 이유에 관해 설명한 정지우 감독은 “이 영화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남성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나로선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서른 살 남자와 열일곱 여자아이의 이야기보다는 쉬워보였다. 연상, 연하라는 것을 전제로 어떤 차이가 생기거나 외부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그런 부분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나이를 거의 개의치 않았다”고 영화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오디션을 통해 이석 역할로 뽑힌 신인배우 이태성이 소개됐다.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신인을 찾았다”는 정지우 감독의 의도에 딱 맞는다 할만큼 풋풋하고 신선한 마스크가 인상적인 그는 “내가 이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고, 훌륭한 감독과 선배 배우들 덕분에 일을 끝내 아직도 촬영이 끝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사랑니>는 9월30일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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