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투자한 할리우드 액션영화로 둘러싸인 올 여름, 아카데미상에 대한 소문이 개봉 전부터 시작된 영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존 르카레의 2000년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콘스탄트 가드너>가 바로 그 작품. 이미 유명 평론가들에게 ‘올해 최고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는 이 영화는 <시티 오브 갓>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페르난도 마이렐레스가 연출을, 마이크 리 감독의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채닝 윌리엄스가 제작을, 레이프 파인즈와 레이첼 와이즈가 주인공을 맡았다.
케냐에 파견된 영국 외교관 저스틴 퀘일이 인권운동가 아내 테사의 살인사건을 캐내면서, 이 사건이 영국과 케냐 정부에서 단정지은 단순한 살인이 아닌 정부 고위관리와 세계적인 제약회사 사이의 부패와 음모가 연루된 사건임을 알게 된다. 본래 영국 감독 마이크 뉴웰이 연출할 예정이었던 <콘스탄트 가드너>는 뉴웰이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감독하게 되자, 이 기회에 영국의 신분구조에 속하지 않은 ‘신선한 눈’을 영입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브라질 출신의 마이렐레스였다 그의 첫 작품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 빈민촌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8월7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그는 “이 작품을 영국인의 눈이 아닌 케냐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작품이 케냐의 부패정권을 다뤘기 때문에 촬영이 수월하진 않았다”며 “그래서 몰래카메라를 장치하거나, 2∼3명의 스탭만으로 케냐의 시장 인파 속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마이렐레스 감독 특유의 영상처리와 케냐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된 것은 물론, 일부 정부 관료들과 대기업들의 그릇된 ‘세계화’를 신랄하게 비판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배급사 ‘포커스 피처스’는 이 때문에 홍보에도 다른 영화들과 차별을 두고 있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부패는 전염된다’, ‘음모는 세계적이다’ 등의 테그라인을 가지고 정치성향을 띤 블로그나 웹사이트 등에 집중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한편 프로듀서 윌리엄스와 주인공 파인즈를 비롯한 영화 스탭들은 촬영 당시 케냐 실정의 심각성을 접한 뒤 식수공급과 교육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윌리엄스의 활동을 돕고 있는 파인즈는 유니세프의 대사로 우간다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