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형사 Duelist>의 하지원, 강동원 [1]
2005-08-31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여전사와 미소년의 치명적 매력

영화 <형사 Duelist>의 두 주인공 남순과 슬픈눈은 숙명적 대결을 해야하는 남녀다. 남순은 두손에 쥔 작은 단도들로 건장한 남자들의 칼 열 자루를 상대하는 여형사 Duelist이며, 슬픈눈은 이름처럼 슬픈 눈빛을 하고 친아버지 같은 대감 앞에서 아름다운 검무를 추는 자객. 남순의 하지원은 기합소리와 칼부림 속에서 땀냄새를 풍길 때 살아숨쉬는 여배우이고, 강동원은 단단한 근육보다 선 고운 이목구비로 관음의 욕구를 자극하는 오브제다. 남/녀라는 성별이 가진 본질에서 다소 비껴난 두 배우의 모던한 매력에 이끌려, 우리는 그들에게 까다로운 준비를 요구했다. 하지원에게는 당신의 강함을, 강동원에게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촬영은, 두 사람이 아무 치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다. 민소매 셔츠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두 배우가 솜으로 가득 채워진 상자 안에 들어가 누웠다. 잠옷 같은 차림과 편안한 포즈 때문인지 그들의 눈동자 위에 눈꺼풀이 덮인다. 잠든 얼굴만큼 모든 사람의 모습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하지원과 강동원은, 똑같은 모델명에 사이즈만 다른 민무늬 점토 인형들 같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이 모습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라는 심정을 보여주세요. 말도 안 되는 주문이기는 했다. “전 모르고는 못 찍어요”라며 촬영현장에서 질문할 것은 꼭 하고 넘어간다는 하지원이, 고맙게도 별 반문없이 다리를 쭉 뻗어올리고 치맛자락을 신경질적으로 잡아올려본다. 얼굴에 심통이 고인다. 지난해 여름 즈음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 여배우를 선호했거든요. 오디션을 봐도 잘 안 뽑아줬어요.” 검은 고수머리, 핑크빛 코사지를 제가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예쁘다는 말은 별로예요.

매끈하고, 아주 남자다운 섹시함이 물씬물씬 풍기는 의상을 준비해주세요. 강동원이 모델 시절부터 지겹도록 입었을 만한 옷을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했다. 지금 입은 그 옷에 불만을 표시해달라는, 역시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걸자 그의 포즈가 흐트러진다. 감을 잡지 못해 당황한 듯이. “좀 어렵네요.” 그 어색함이 신선하다. 모자 속에 묻힌 작은 얼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카메라에 익숙한 모델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게이라 그런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나중에는 (내가 게이가 아니다 싶으니까) 바이(섹슈얼)라고 하대요. 그런 말이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얘기한 다음에 알았어요. 지방에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없거든요.”(그는 고향 경남 창원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그런데요 강동원씨, 화장할 시간입니다.

검은 조끼와 검은 바지, 검은 가죽부츠의 하지원이 거울 앞에 서자 그의 상(像)이 여러 개 빚어진다. 작지만 단단한 어깨, 튼튼한 눈빛이 하나하나 쪼개어진다. 강동원은 목 주변을 부드럽게 두르는 바이올렛색 터틀넥 스웨터에 풍부하게 자락이 늘어지는 바지를 입고 조명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세한 옆모습이 그의 등 뒤 거울에 맺혔다. 하지원은 강해 보였고, 강동원은 아름다웠다. 반반씩 섞여버린 듯한 두 사람.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난다. 어때요, 지금은 편한가요? 다음에 묻기로 했다. 보고 싶었던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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