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DVD vs DVD] 한국의 두 대표 작가, 홍상수 vs 김기덕
2005-09-02
글 : ibuti
<극장전> vs <활>

2005년 5월, 한국의 작가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인 김기덕과 홍상수의 작품이 나란히 발표됐다. 직접 비교하기 힘든 두 영화지만 가만히 보면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세운 영화사에서 의욕적으로 제작했고, 마린 카미츠 같은 해외의 유명 제작자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초청되어 외국 평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두 작품이다. 거기에다 재미있게도 두 작품의 상영시간은 똑같이 89분! <극장전>이 우리가 오밀조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반면 <활>은 오로지 바다와 배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다. 처음엔,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힘과 의지를 표현한 <활>에 비해 <극장전>은 겨울 파카 속에 들어 있는 공기처럼 가볍고 포근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활>에는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고, <극장전>에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무시무시함이 느껴진다. 결국은 죽음을 어떻게 대할 건지의 문제였다. DVD의 장점을 살려, 앞으로 두 영화를 거듭 볼 때마다 그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시험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김기덕의 영화 열두편과 홍상수의 영화 여섯편이 관객과 만났는데, 그중 김기덕의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DVD로 출시됐다. 비록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작품들이었지만 DVD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다만 영상과 음질은 그렇다쳐도 감독의 음성해설과 부록이 제대로 없는 등 DVD의 만듦새에 대해선 불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DVD가 아니라면 세상의 어느 예술가가 자기의 창작품 옆에서 몇 시간씩 떠들어댈까 싶고, 독립영화에 부가영상이 소박한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 싶다. 사실 제작사의 말을 들어보면 두 감독이 DVD 제작에 관심이 적은 편도 아니다. 홍상수의 경우 <극장전> DVD의 내용물은 물론 재킷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며(음성해설을 대신 맡은 영화평론가를 추천한 사람도 그다), 김기덕은 단관개봉한 탓에 출연진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풀기 위해 음성해설에 기꺼이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극장전> DVD의 섬세한 영상과 <활> DVD의 부드러운 영상이 공히 영화의 색감을 잘 살린 가운데, 두어 가지 부록이 인상 깊다.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허문영의 음성해설이 <극장전>에 던지는 상세한 질문지라면, 김기덕과 신인 여배우의 그것은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의 장이다. <극장전>의 세 배우가 영화에 대한 인상을 피력한 인터뷰는 즐겁고, 혹한 속에 진행됐던 거친 현장을 담은 <활>의 메이킹필름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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