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 <외출>, <형사> 등과 함께 극장가를 삼분할 것으로 보이는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II>가 지난 8월 29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첫 시사를 가졌다. 욘사마를 앞세운 <외출>의 시사회만큼 북적이진 않았지만, 전국 500만명 관객 돌파라는 전편의 후광을 입어서인지 빈 자리는 많지 않았다. 이날 시사회에는 “<가문의 영광>의 팬이었다는” 정용기 감독을 비롯해 김원희, 신현준, 김수미 등 주요 출연진 외에도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화경 오리온 그룹 대표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김우택 대표와 나란히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가문의 위기>는 가족의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폭 가문의 좌충우돌을 그렸다는 점에서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코미디 영화다. 여수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김수미)는 환갑을 맞기 전까지 큰 며느리감을 데려오라는 엄명을 내린다. 둘째 장석재(탁재훈)와 막내 경재(임형준)는 조직의 우두머리이기도 한 어머니로부터 미션을 받아들고,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울로 올라간 큰형 인재(신현준)를 찾아나선다. 한편, 연애나 결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인재는 어느날 자신의 첫사랑과 닮은 김진경(김원희)과 마주치게 되고, 조폭들에게 쫒기는 그녀를 구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져든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도 전편과 대동소이하다. 조폭코미디라는 외피 안에 로맨틱코미디라는 뇌관을 심었다. 진경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회사업가라고 속인 인재는 동생들의 조력을 등에 업고 백호파의 실질적인 보스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인재가 싫지 않은 진경 또한 공무원이라고 에둘러 자신을 소개한 뒤 밀매로 들여온 바디용품으로 몸매를 가꾸는 등의 해프닝을 연달아 벌인다. 굳이 전작과 다른 점을 찾자면, 번듯한 사윗감 구하기에서 정숙한 며느리 구하기라는 설정으로 바뀌었고, 혼기 꽉찬 선남선녀 대신 “손을 어떻게 잡는지도 몰라 어쩔줄 몰라 하는” 노총각, 노처녀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웠다는 점 정도다.
전작을 벤치마킹했지만, 효과는 아쉽게도 그보다 못한 듯하다. 무엇보다 서울대 출신 사윗감을 들여 학벌 컴플렉스를 만회하려는 쓰리제이 가문과 달리 <가문의 위기>에선 조직의 와해를 무릅쓰고서라도 검사출신 며느리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다. 자식들에게까지 문신을 남겨줬다며 갑자기 자책하는 조폭어머니를 비롯해서 갑자기 온순한 양들처럼 교화의 길을 받아들이는 인물들 또한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첫 장면에서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는 욕설과 비속어는 소음 수준으로 듣기 거북하고, 유명 개그맨들과 전작 출연 배우들의 끊임없는 릴레이 카메오 출연 또한 수시로 드라마를 방해한다. 9월8일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