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명세 감독의 <형사 : Duelist> 언론에 첫 공개
2005-08-30
글 : 김도훈
<형사 Duelist>의 한장면

이명세의 신작 <형사 Duelist>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30일 오후 2시 용산CGV 5관에서 거행된 <형사 Duelist>의 시사회장에는 기자 및 영화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이 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여형사 남순역의 하지원은 “너무 떨려서 어제 술을 마셨다”고 말했고, 슬픈 눈으로 분한 강동원은 “떨리지는 않았지만 믹싱이 어제 끝나서 저도 같이 술을 마셨다”고 화답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야기꾼(윤주상)의 입담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끝나면 공간은 장터로 돌아온다. 장터에는 남순과 안포교를 중심으로 한 좌포청 패, 험상궂은 건달패, 상인들과 백성들, 그리고 슬픈 눈이 뒤섞여 움직이는 중이다. 상평통보 위폐와 금불상을 둘러싼 격투를 통해 남순과 슬픈 눈은 운명적으로 처음 대면한다. 6년만에 돌아온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그의 전작에서보다 더욱 날랜 몸놀림을 보인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무사들을 연상케하는 인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춤추는 듯한 격투 장면, 저고속촬영의 적극적인 활용과 변용, 황기석 촬영감독과 함께 만들어낸 다양한 부감샷과 수평이동샷들로 밀고 당기는 미장센은 이명세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기에 충분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극장 안에서 곧바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안포교 역의 안성기는 “오랫만에 돌아온 병판 역의 송영창씨를 여러분들이 많이 불러주시기 바란다”라며 동료에 대한 격려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원은 “동료들이 죽어서 슬픈 눈을 찾아가는 대목”을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기억했고 “당시 이명세 감독님이 ‘발걸음은 발에 돌을 단듯 무겁고, 죽이고 싶은 감정과 사랑하는 마음이 뒤섞이는 복잡한 심리를 표현할 것’을 요구했다”고 술회했다. 전작과 배역에 대해서도 “드라마 <다모>에 대한 부담감은 안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런 것은 모두 잊었다. 남순역도 처음부터 정확한 설정을 가지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감독님이 나에게 맞는 부분들은 천천히 하나씩 찾아주시면서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액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액션이라는 단어나 개념보다는 움직임에 주목해 줬으면 한다. 어차피 영화라는 것도 무빙이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리듬’을 지탱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몸과 움직임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명세 감독은 기자간담회 내내 감정, 리듬, 움직임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으며 질문들에 답했다. <형사 Duelist>의 촬영에 가장 늦게 합류했던 슬픈 눈 역을 맡은 강동원은 “대사가 적은 편이라 좋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추운 날씨에 많은 장면을 찍었던 상황과 액션씬이 많아서 가끔 다치기도 했던 일이 좀 힘들었다. 다른 분들은 액션을 위해 선무도를 배우셨지만 내 경우에는 현대무용에서 많은 동작을 빌려왔고, 탱고를 배우면서 도움이 된 부분도 있다”고 트레이닝 과정을 설명했다.

안성기는 “이명세 감독과 호형호제하며 지낸 지 25년이 흘렀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이감독이 젊은 감독 같고, 그도 나를 젊은 형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여간한 액션 장면은 남들에게 하듯 다 시키고, 나도 그대로 응했다. 물론 힘이 달렸지”라고 전했다. 이명세의 복귀작 <형사 Duelist>는 9월 8일 개봉한다. <형사 Duelist>의 시사회에 참석한 평론가들에게 반응을 묻고, 이를 정리했다. (가나다순)

김봉석
재미있게 봤다. 전형적인 이명세 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고 보는 것이 좋다. <형사 Duelist>는 스토리를 추적하면서 인물의 이야기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쓰지 않는다. 인물의 변화라는 것이 서사적으로 친절하게 이야기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이명세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상황을 전개시켜나가면서 정서적인 면들을 부각시킨다. 몇몇 액션 장면들이나 독특한 편집에서도 이명세만의 상상력을 볼 수 있다. 이명세의 전작들과 비교를 했을때, 변화보다는 과거의 흔적들이 더 잘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의찬
이명세 감독의 어느 영화보다 이미지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봤던 어느 한국영화에 비해 '그림'으로 승부하는 영화였고 덕분에 영화 속 무인들의 활극은 눈부실 정도다. 그리고 이전 이명세 감독의 영화들인 <개그맨>이나 <첫사랑> 등의 흔적이 작품 여기저기 배어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아쉬웠던 점은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가 익히 짐작할수 있는 것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미지의 힘이 어느만큼 이야기의 느슨함을 보완할 지 그 여부가 <형사 Duelist>에 대한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을 조율할 듯하다.

심영섭
시각적 이미지가 절정이다. 전반적으로 스타일이 두드러진 만화같은 느낌인데, 장르 자체도 퓨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각적 이미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결구도인데, 이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대결구도를 더욱 극한으로 밀어붙인것 같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슬로우모션이나 패스트모션을 카메라 조작만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실재 배우들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조작없이 찍어내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같은 모션의 변환이 꽤 흥미롭게 보였다. ‘달 속의 무사’같은 이미지들은 장이모우 감독의 최근작들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의 과장법도 느껴진다. 중국의 와이어 발레 액션에 만화적인 느낌을 첨가한 것 같다고 할까.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이명세인지 박찬욱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동안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왔던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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