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부기맨> 동양 호러를 벤치마킹한 영화
2005-09-06
글 : 한청남

<부기맨>은 과거 <이블데드>라는 걸출한 호러 시리즈를 만들었던 샘 레이미가 자신이 차린 호러 전문 제작사 ‘고스트 하우스 픽쳐스’를 통해 제작한 두 번째 영화. 전작 <그루지>가 할리우드 영화에 일본식 호러를 그대로 도입한 시험작이라면 <부기맨>은 그 응용작의 성격이 강하다. 부기맨은 서양 민담의 등장해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서양 괴물이지만 영화 속에 표현되는 방식은 사다코나 가야코 같은 일본 귀신에 가깝다. 막판 10분쯤이 돼서야 부기맨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도 피와 살점이 난무하던 <이블데드> 감독의 제작 영화로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 한 맺힌 소녀 귀신이 나오는 부분 역시 일본 괴담 영화에서 차용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DVD로 보는 <부기맨>은 뛰어난 사운드를 통해 꽤나 무시무시한 영화로 다가온다. 후방 채널까지 지원하는 DTS-ES 음향이 매우 공격적인 음향을 들려주는데,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끔 연출된 장면에서는 영상보다 소리의 공이 크게 느껴진다(소리만 끄고 보면 영화가 무척 심심해 보일 정도). 부기맨 그림자가 스쳐지나갈 때나 혹은 낡은 문이 삐거덕댈 때마다 심장이 철렁일 정도로 놀라게 되지만 크게 과장된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할리우드 음향 디자인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부기맨의 등장과 함께 영화적 밀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하이라이트 장면의 경우, 아수라장을 간접 체험하게끔 해주는 위력적인 사운드가 부족한 부분을 만회해주고 있다. 일견 거칠게 보이지만 영화 전체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어두운 장면들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영상도 만족할만한 수준.

그리 많지 않은 부록 가운데 주가 되는 것은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위주로 이루어진 메이킹 필름이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는 홍보물이지만 재밌는 내용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우선 샘 레이미의 지기이자 영화의 공동 제작자인 롭 태퍼트는 영화가 전형적인 일본식 귀신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고백한다. 감독과 배우들 역시 일본과 한국 등 동양의 공포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주연배우 배리 왓슨은 태국 감독이 만든 대만 영화 <디 아이>를 한국 영화로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영화 속 부기맨처럼 어렸을 적 자신들이 두려워했던 존재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삭제 장면들 가운데에는 제작과정 중에 폐기된 오리지널 엔딩도 볼 수 있다. 후반작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영상이지만 현재의 엔딩보다 덜 요란해서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엔딩이다. 콘티 영상과 함께 제공되는 시각효과 제작과정은 배경 설명 없이 단순히 이어붙인 부가영상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 외, TV 광고 등 예고편이 수록.

빈약한 부록 구성이 아쉽지만 뛰어난 음향효과를 맛볼 수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DVD로 볼 가치는 충분하다. 으스스하게 디자인된 메뉴화면도 꽤 근사하다.

주연을 맡은 배리 왓슨 인터뷰
삭제 장면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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