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 언론에 첫 공개
2005-09-07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사랑에 관한 단순명쾌한 논리로 직속구를 던진 멜로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러브스토리 <너는 내 운명>이 애잔한 가을을 울릴 채비를 마쳤다. 9월23일 개봉을 앞두고 6일 일찌감치 첫 시사를 연 <너는 내 운명>은 사랑에 관한 단순명쾌한 논리로 모처럼 직속구를 던진 멜로. <죽어도 좋아>로 심상치 않게 데뷔했던 박진표 감독은 이번에도 실화를 근거로 사랑에 관한 우직한 믿음을 강단있게 밀어부친다.

에이즈 보균자로 윤락업소에서 수많은 남성을 상대했다는 이유로 세상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며 언론의 입맛을 돋구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젖소 목장을 꿈꾸며 착실히 돈을 모아가던 노총각 석중(황정민)은 마을의 순정다방에 새로 온 레지 은하(전도연)를 보고 단 한번도 꺽이지 않는 사랑을 시작한다. 자신의 파란만장한 과거와 순박하기만한 농촌 총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어의심치 않던 은하의 마음을 돌려놓기까지 유쾌한 우여곡절이 1라운드. 꿈결같은 사랑에 젖어있던 이들에게 은하의 어두운 ‘과거’가 찾아오고, 이와 동시에 에이즈 양성반응이라는 그림자가 성큼 다가서면서 2라운드가 시작된다. 사랑 따위는 사뿐히 짓밟는 세상의 편견과 공포가 석중과 은하를 한껏 휘두르지만 기어코 상대에 대한 믿음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완성하고야 마는 절정의 순간을 향해 영화는 망설임없이 달려간다. 전도연과 황정민의 섬세하기 그지 없는 표정과 호흡이 여기에 가속도를 더한다.

박진표 감독은 시사회에서 <너는 내 운명>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통속 사랑극”이라고, 안수현 프로듀서는 “영화사 봄의 10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해피엔딩”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눈물이 준비된 관객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할 <너는 내 운명>에 대한 대단히 실용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주석이 필요해보일 만큼 간략하고 겸손한 태도이기도 하다. <죽어도 좋아>에서 이미 보여준 바, 박진표 감독은 ‘불량한 근본주의자’다. 모두가 잊고 있을 때(잊으려 할 때), 모두가 놓치고 있던 것을(놓치려고 하는 것을) 고집스레 끄집어내 코 앞에 들이민다. 쿨한 사랑이 사랑에 관한 압도적 스타일이 되어 버린 지금에 대해, 희망과 믿음에 대한 냉소가 삶의 보편적인 방법론이 되어가고 있는 세태에 대해, 절제와 우회가 미덕 중의 미덕으로 칭송받는 미학에 대해 불량스런 직속구를 날린다. 우직한 사랑, 희망에 대한 한없는 낙관, 에울러가지 않는 직설화법이라는 통속의 법칙으로 우리를 타격한다. 여기에, 50%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이 순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화라고 들이미는 것은 그의 중요한 전략이다. <죽어도 좋아>처럼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은 무드처럼 젖어있는 회색빛 냉소의 세상에 날 것의 희망을 다시 끄집어 내려는 영화다. 그러니 그건 꼭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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