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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카니발> 컬트영화와 80년 한국
2005-09-07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서 출시된 영화 <영혼의 카니발> DVD를 보다 보면 '어라?' 싶은 부분이 있다. <영혼의 카니발>은 미국 텍사스의 지방 제작사인 센트론 필름에서 만든 유일한 극영화인데, 이 영화의 감독 허크 하비가 30여년간 몸 담았던 회사다. DVD에는 이러한 제작 배경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센트론 필름에서 만든 광고와 교육용 영화, 다큐멘터리 6편의 발췌본을 수록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로 보이는 시내 풍경.

<한국의 표정(Korea: Overview)>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약 13분 분량으로 타이틀 크레딧에 표기된 연도를 확인해 본 결과 1980년에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한국의 문화와 풍물 등을 나레이션(허크 하비 감독의 육성이다)과 함께 소개한 것으로 깊이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컬트 영화로 잘 알려진 <영혼의 카니발>을 보던 감상자라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80년의 한국 풍경이 무척 신기하게 다가올 법하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그러나 1980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 가운데 하나. 연출된 듯한 냄새가 나는 한 가정의 식사 장면이나 국군의 날 퍼레이드에서 서울 시내를 가득 메운 군인들의 행렬,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등은 어딘지 모르게 '실제의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해서, 이 <한국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부아가 치민다. 40여년 전에 조그마한 지방 제작사가 만든 영화를 이렇게 깨끗하게 복원한 것은 물론, 영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들도 집요할 정도로 발굴하여 함께 수록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국이니 디지털 입국이니 하는 겉만 번드르르한 선전만 있으면 뭐 하는가. 영화 한 편 제대로 간수하고 있지 못한 주제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5년의 한국은 문화적으로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역시 겉만 번드르르해 보이는 1980년의 한국이나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연출된 듯한(?) 가정 생활.
종가집의 제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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