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특수부대원 쉐인 울프. 요인 구출작전 같은 폼 나는 임무를 맡아온 그에게 플러머 집안의 애들을 돌보라는 정부의 밀명이 내려진다. 간난아이에서부터 사춘기 십대까지 온통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가정집에서 쉐인이 택한 방법은? 다름아닌 엄격한 군기확립이다.
빈 디젤이 간난아이를 등에 업은 포스터를 본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그의 선배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출연했던 <유치원에 간 사나이> 같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근육질 액션스타라도 가끔은 자신의 이미지를 벗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관례니까.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영원한 가족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말썽쟁이 아이들과 쉐인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이 어딘지 낯익다 싶더니만 마리아 수녀가 계단을 내려오는 폰트랩 아이들과 만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었고, 중반 이후에는 아예 <사운드 오브 뮤직>의 뮤지컬 연습 장면이 등장한다. 오리지널에서 군기 잡힌 집안에 사랑을 일깨워주던 줄리 앤드류스의 역할을 빈 디젤이 정반대의 행동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주는 색다른 재미다. 물론 그 이상의 감동이나 볼거리는 없지만 디즈니표 영화임을 입증하듯 가족끼리 보기에 부담 없는 유쾌한 작품이다.
화질과 음질 역시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한 수준. 밝은 장면 위주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이다. 빈 디젤 주연 영화이기 때문에 내심 화끈한 사운드를 기대했으나 코미디 영화답게 조금 심심한 편이다.
부록으로는 감독과 작가들이 참여한 음성해설과 삭제 장면과 NG 모음.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의 모습과 에피소드를 담은 두 종류의 짤막한 부가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속 우스꽝스러운 교감선생으로 분한 브래드 가렛이 레슬링 시합에 앞서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담은 ‘브래드 가렛: 촬영현장에서’와 범접하기 힘든 외모와 달리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빈 디젤에 관해 이야기하는 ‘빈 디젤: 액션 히어로 / 아이들의 친구’가 그것.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음성해설은 주로 입담 좋은 작가들의 잡담 위주로 실려 있는데 악당으로 ‘간택당한’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씁쓸하게 들린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한국에서 개봉되는 영화에는 북한 스파이가 불란서계 캐나다 인으로 교체되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미 엉터리 발음의 한국말을 듣고 쓴 웃음을 지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