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형사> <외출> 의 조성우 음악감독
2005-09-08
글·사진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둘 다 잘해야지” 부담감이 되레 약이 됐어요
조성우 음악감독

추석 대목을 눈앞에 두고 8일 나란히 개봉하는 한국영화 <외출>(허진호 감독)과 <형사>(이명세 감독). 조성우(42) 음악감독은 이 두편의 영화에 나란히 크레딧을 올렸다. “<형사> 개봉 시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앞당겨지는 바람에 개봉이 겹쳤어요. 친구인 허 감독은 ‘너, 나 안 만나는 동안 <형사>만 하지?’라고, 이 감독님은 ‘너는 니 친구 것만 열심히 만들지?’하고 농담처럼 쪼으더라구요. 하지만 두 감독이 서로 상대방의 영화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두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많이 해줬죠.”

철학교수 직업삼기 싫어 영화 음악감독의 길로, 11년동안 30여편 작업
‘외출’ 선 눈물샘 자극하고 ‘형사’ 선 화면과의 충돌 그려

허 감독은 조 감독의 연세대 철학과 동기다. 철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교수를 직업으로 삼기는 싫었던 그를 영화 음악감독의 길로 들어서게 한 사람이 허 감독이고, 조 감독은 그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함께 만들었다. 이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때 함께 작업했고, 이 영화에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선곡해 히트시킨 이가 바로 조 감독이다.

“두 감독이 워낙 꼼꼼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인데다가 두 작품 모두 저한테는 무게감 있는 영화라 둘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작품씩 따로 할 때보다 오히려 결과물이 더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조 감독은 지난 11년 동안 30여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아 음악과 화면이 조화를 이루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영화음악들을 만들어왔다. <외출>은 그간의 작업들과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조 감독은 “배우자와 불륜의 연인, 사랑이라는 감정의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키며 건조함과 밝음의 느낌을 포착하려 했고, 두 사람이 헤어질 때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음악을 배치하는 등 일부러 관습적으로 나간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반면 <형사>의 경우 화면과의 조화보다는 충돌을 강조하는, 그로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했다. “<형사>는 ‘싸움하는 그림’에 ‘사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에요. 이 영화에서 음악은 액션인 그림을 멜로적인 내용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했죠. 그래서 이 감독님이 ‘음악과 화면이 충돌하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하셨어요.”

영화음악의 성격뿐만 아니라, 두 감독과의 작업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벌써 20여년을 함께 한 ‘이심전심’ 친구인 허 감독과는 음악 해석과 관련한 얘기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나리오 작업이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는 작업 등 영화 자체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눴다. 하지만 이 감독은 본인 스스로 ‘쫀쫀하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의 전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쓸 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의 차이 지점인 비주얼이나 음악을 무척 중시한다. 그래서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음악 전반에 관한 견해들을 꼼꼼하게 주고 받았다.

<외출>과 <형사>를 털어낸 욕심 많은 그. 그는 이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M&F’에서 제작하는 <사랑해 말순씨>(박흥식 감독)의 녹음과 믹싱을 앞두고 있다. 또 30일부터는 일본에서 자신의 영화음악 콘서트도 열 예정이며, 모교에서 하고 있는 철학 강의도 앞으로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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