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심사위원·<달의 형상>의 감독 레텔 헴리히
2005-09-08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나는 선언문을 만들고 싶다

네덜란드의 다큐멘터리 작가 레오나르도 레텔 헴리히가 제2회 EBS 국제다큐멘타리페스티벌의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레텔 헴리히의 <달의 형상>은 어느 인도네시아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 작품.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이미지가 격하게 충돌하는 몽타주는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일순간 허물어뜨리는 놀라운 경험을 던져준다. 그가 주창하는 ‘싱글 숏 시네마’(Single Shot Cinema)와 다큐멘터리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달의 형상>의 가족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그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나.

=그들은 내 어머니가 살던 마을 출신이라 1995년부터 친구로 지내왔다. <달의 형상>은 1년 동안 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찍은 것이다.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카메라와 당신이 찍으려는 대상의 아우라 속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찍히는 사람들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달의 형상>은 더이상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다큐멘터리의 고정화된 형식 자체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적으로 개의치 않는다. 물론 내가 만든 것은 거짓도 아니고 재현도 아닌 리얼리티다. 하지만 모든 순간을 리얼리티에서 취득한 다음 내 방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싱글 숏 시네마’는 카메라를 가지고 컷 없이 하나의 숏을 유지하면서 사람들 주위를 그냥 부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벨바그영화나 시네마 베리테의 다이렉트 시네마와 맞닿아 있다. 나는 극영화의 영감을 지닌 채로 리얼리티로부터 신(Scene)을 만들어낸다.

-당신이 제창하는 ‘싱글 숏 시네마’는 기술적인 동시에 정치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일종의 선언문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앙드레 바쟁은 영화의 본질이 카메라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카메라의 움직임은 프레이밍(Framing)과 편집보다 중요하다. 여러 시간 동안 하나의 숏으로 촬영한다면 당신은 충분한 움직임을 취득하고, 충분한 편집의 자유도 누릴 수 있다.

-당신은 다큐멘터리가 정치와 사회, 인간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믿나.

=물론이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인간과 문화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쉽게 건너갈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프로파간다도 있어서 사람을 잘못된 방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레니 리펜슈탈. 어쨌든 리펜슈탈의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인간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증거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의 거장 요리스 이벤스의 나라에서 왔다. 그외에 영향받은 다큐멘터리 작가가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레니 리펜슈탈을 좋아한다. 그는 카메라 앵글의 언어 자체를 진화시켰다. 비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쓰이긴 했지만 그 업적은 존중받을 만하다. 그리고 버트 한스트라라는 네덜란드 다큐멘터리 작가를 좋아한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망원렌즈로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고, 나와 <달의 형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신에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직업이다. 취미이기도 하고. 나의 취미를 내 삶 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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