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로켓 지브랄타> 삶과 죽음에 관한 소박한 동화
2005-09-08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로켓 지브랄타>는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명배우 버트 랭카스터가 만년에 출연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심장병으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시인 레비로 등장한다. 레비는 각각 각본가, 야구선수, 코미디언 등의 번듯한 직업을 가진 자식들과 손자 손녀를 초대해 77세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문제는 도시 생활에 찌들어 있고 각자의 현실 문제로 끙끙대고 있는 이들이 그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 그들에게 생일 파티는 단지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가정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들이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우연히 레비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해변에서 바이킹의 장엄한 장례식에 관한 레비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땅 속에서 벌레들에게 뜯어먹히지 않도록, 그곳에 버려진 요트 ‘로켓 지브랄타’ 호를 바이킹의 배 처럼 만들어 선물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렇듯 <로켓 지브랄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순수한 시선이 돋보이는 동화 같은 영화다. 아이들이 어른들 몰래 숨을 거둔 레비를 데리고 나가 정말로 바이킹 식 장례(바다에 시체를 실은 배를 띄우고 화장한다)를 감행하는 후반부는 그 전까지의 현실적인 전개와 갑자기 동떨어져 약간은 당혹스럽지만, 이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죽음을 아이들의 눈 높이로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어른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등 아이들과 함께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기도 하다. 어쩌면 죽음이 단순히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하는 것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면 이 영화의 의미로서는 충분할 것이다.

이 영화의 공개 당시 이미 배우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랭카스터 외에도 케빈 스페이시, 존 글로버, 프랜시스 콘로이와 같은 좋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가 빛나며, 특히 레비와 깊은 교감을 나누는 사이 블루 역의 매컬리 컬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 홀로 집에> 등의 영화에서 똑 부러지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행동은 느리지만 속이 깊은 어린이의 모습을 연기한 컬킨은 의외로 새롭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DVD의 본편 영상은 화면 좌우가 잘린 1.33대 1 스탠다드 화면비. 오리지널 화면비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DVD에 적합한 화면 포맷이 아니어서 아쉽다. 화질은 종종 눈에 띄는 필름 잡티 외에는 눈에 띄는 단점을 찾기 어려우며 색감이 약간 탈색되어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정도다.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 모노만 지원되지만 대사 전달력도 좋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몇몇 장면의 음악도 무리 없는 볼륨으로 들려준다. 아쉽게도 부록은 다른 영화의 예고편 3개뿐이다. 정작 본편의 예고편이 들어있지 않아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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