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이면 촬영에 들어가야 할 007시리즈의 21번째 작품 <카지노 로얄>이 아직도 주인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로듀서인 바바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윌슨은 최근작 <007 어나더데이>의 피어스 브로스넌을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니쪽에 따르면 브로스넌은 3천만달러에 가까운 출연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한편 브로스넌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통해 본드 역을 다시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본드 백과사전>의 저자 제이 루빈처럼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우니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캐스팅 디렉터 데브라 제인처럼 ‘그만큼 완벽한 본드는 없다’고 단언하는 이도 있지만 52살라는 나이와 고액의 개런티는 제작진한텐 큰 부담인 듯하다.
감독은 <007 골든 아이>의 마틴 캠벨이 다시 맡는다. 007 시리즈에 쿠엔틴 타란티노와 오우삼 감독 등이 흥미를 보였지만 브로콜리는 한번 더 캠벨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문제는 본드다. 브로스넌을 이을 6대 본드는 추측과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많은 스타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브로콜리와 윌슨은 이것저것 다 재고 있다는 게 한 소식통의 얘기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둘 중 한 사람만 좋아하며, 휴 잭맨은 근육이 조금 모자라고, 콜린 파렐은 너무 악동이며, 에릭 바나는 섹시하지 않다는 등등의 대차대조표인데 압권은 이완 맥그리거다. 키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캠벨과 작업한 바 있는 클라이브 오언도 유력한 후보군이지만, 오언은 캠벨에게 역할에 흥미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대신 그는 <핑크 팬더>의 에이전트 006을 비롯해 스파이크 리,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든 경우의 수가 언론에 떠다니고 있다. 흑인 007, 동구권 007, 청소년 007의 소문도 구체적인 배우 이름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본드의 젊은 날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신세대 관객층도 개발할 겸 젊은 본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흥미로운 경마 예상표를 만드는 데는 네티즌도 빠지지 않았는데 <토털 필름>의 인터넷 조사에선 주드 로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제라드 버틀러, 레이프 파인즈, 올랜도 블룸, 심지어 휴 그랜트도 경주마 예상표에 들어가 있다. 아무튼 젊은 본드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젊은 관객이 ‘본드’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부모 세대의 영화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소문과는 상관없이 휴 잭맨, 에릭 바나 등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니얼 크레이그도 현재 묵묵부답이다. 차세대 본드는 좀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