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디지털 <태권브이> 10월 부산에 뜬다
2005-09-10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전(아래)와 복원 뒤의 모습.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전 <로보트 태권브이>(김청기 감독)가 2년 동안의 디지털 영상 복원작업을 끝마쳤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는 8일 “<로보트 태권브이> 1탄의 디지털 복원작업을 마쳤고, 필름 전환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오는 20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다음달 9일과 11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또 극장 개봉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영진위는 지난 2003년 위원회 필름 보관실에서 찾아낸 필름과 영상자료원 및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프린트 일부를 토대로 같은해 8월 <로보트 태권브이>의 디지털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을 위해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은 먼저 손상된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그 뒤 모두 10만8852프레임이나 되는 그림을 한 프레임씩 복원하기 시작했다. 특수기자재를 통해 스크래치(흠) 등을 제거했고 부족한 부분은 일일이 수작업을 거친 뒤 색을 보정했다. 사운드의 경우 기존의 모노사운드에서 노이즈를 제거한 버전과 개봉 당시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5.1채널 돌비레코딩으로 재녹음한 두 가지 버전으로 복원했다. 영진위는 재녹음 사운드로 극장에서 개봉하되, 디브이디에는 원음 사운드도 수록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24개월 동안 계속된 복원작업에 모두 72명의 인원이 참여했으며, 예산도 인건비 등을 포함해 모두 10억여원이나 소요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개봉 당시의 화면과 음질을 똑같이 재현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복원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유현목 감독의 <춘몽>과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를 부분적으로 복원한 적은 있지만, 국내 기술로 영화 전편을 디지털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영상물 복원에 대한 국내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1976년 7월24일 개봉했던 <로보트 태권브이>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인간말살을 꿈꾸게 된 카프박사, 그리고 그에 맞서는 태권소년 훈과 로보트 태권브이의 대결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사람의 동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작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했으며,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8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그해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외전 격인 <우주전함 거북선>을 포함해 1탄 이후 만들어진 다른 7편은 프린트 상태가 양호해 극장 재상영이 가능했지만, 1탄의 경우 프린트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복원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재상영이 불가능했다.

김청기 감독은 “오리지널 필름이 사라진 뒤 극장 상영에 사용됐던 프린트들이 흠 가고 먼지 묻은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며 “중병에 걸린 자식이 살아돌아온 것 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복원을 계기로 더욱 박차를 가해 2007년 말께 직접 연출하고 그림까지 그린 새로운 <로보트 태권브이> 시리즈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영진위 관계자는 “영상물 복원 작업은 예산과 공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문화관광부나 영상자료원 등과 함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복원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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