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영화제보다 기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때
2005-09-14
글 : 달시 파켓 (koreanfilm.org 운영자)
입장객 경쟁 심화 현상 겪고 있는 예술영화에 우선순위 정하기
1996년 개봉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동숭아트홀 단관 개봉으로 4만8천명 이상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영화제, 광주국제영화제, 세네프, EBS다큐멘터리영화제, 환경영화제, 고양어린이영화제, 제천음악영화제, 속초호러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이 모든 영화제들이 8월 초에서 9월 중순 사이 개최된 것들이다. 같은 기간에 서울아트시네마, 필름포럼, 한국영상자료원, 하이퍼텍 나다, 시네큐브에서도 다른 회고전들이 열렸다. 이 모든 것들 사이사이에 몇몇 용기 있는 배급업자들이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어떤 나라> <피오릴레> 등과 같은 예술영화를 개봉시키기도 했다.

한명의 관객으로서 요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외국영화들과 고전영화들이 대대적으로 포진해 있다는 것에 신이 나기도 하고 또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모든 영화들을 보려면 전적으로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할 판이다. 그래서 제한된 시간을 가진 열혈 시네필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6시 반에 상영하는 차이밍량 영화를 볼까 아니면 7시에 하는 고다르, 그것도 아니면 7시 반에 하는 흥미로워 보이는 영화제 상영작을? 세편을 모두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예술영화에 관련된 이 상황을 위기라 해야 할지 전성기라 해야 할지 분간하기 어렵다. 1990년대 중반은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예술영화 전성기로 여겨진다. 당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같은 영화가 단관 상영으로 4만8천명 이상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시네필들은 선택의 여지가 훨씬 적었고, 관람객에겐 오늘날 상황이 아마 더 매력적일 것이다. 반면, 예술영화를 수입하고 상영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1990년대 중반이 경제적으로 훨씬 안정적이었다.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의 기호 변화는 예술영화를 리스크가 높은 사업으로 만들어버렸다. 2002년부터 꾸준히 매우 충실한 단골 관객을 늘려왔던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마테크도 이번 해에는 입장객이 거의 반으로 줄었다.

1990년대 중반에 예술영화는 시장에 의해 뒷받침되는 현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정부지원이나 (작은 봉급을 받고도 예술영화를 홍보하고 상영하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자원활동으로 유지되는 것이 되고 말았다. 분명 시장의 영향력을 받지 않으려는 시스템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즉, 다양성이 증가되고, 관객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예술영화 팬을 양성하기 위한 잠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관객은 예술영화를 영화제나 회고전 환경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이런 선호는 또 반드시 감안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멀어지려는 움직임에는 한 가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과도한 확장을 막을 확인절차가 더 적다는 것이다. 곧 또 다른 예술영화관이 서울역에 문을 열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에 새로운 많은 영화제가 개최될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존립하기 위해서 예술영화를 배급하는 조직들은 점점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예술영화 배급자들은 심지어 더 큰 무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위험은 부문 전체가 미래에 쉽게 방향전환을 할지도 모르는 정부기관들에 더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노무현 시대 이후를 예측하고, 다음 영진위를 이끌 사람을, 또 그들이 타국에서 온 작은 예술영화들을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예술영화 극장과 프로그래밍 집단 중 정부지원의 돌연한 중단을 과연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몇개나 될까?

장기적으로 지원 프로그램보다는 기관이 영속성을 지니는 편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술영화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안정된 기관을 만드는 데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건물과 도서관, 영화 프린트를 자체적으로 보유하면서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서울의 시네마데크를 꿈꾸어왔다. 새로운 영화제나 다른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당장 지원을 줄여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투자하면 서울 관객이 지금부터 20년, 또 50년 뒤에 이득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예술영화에 유리한 정치적인 상황은 아마 결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장 행동을 취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번역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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