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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오브 더 딥> 제임스 카메론이 안내하는 심해여행
2005-09-15
글 : 한청남

“할리우드 특수효과 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타이타닉> 이후 해양 탐사에 매료되어 본업도 팽개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말이다. 영상 이미지의 개척자로서 특수효과 분야를 선두해온 그가 한 말이니 오죽하겠냐만은 고작 바다 밑에 뭐 대단한 게 있는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에이리언 오브 더 딥>에 나오는 심해의 풍경은 분명 놀랍도록 환상적이다.

태양빛조차 거부하는 심해 수천 미터는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어지간한 장비로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남다른 열정으로 러시아의 특수 잠수정을 4대나 동원하고 여기에 <타이타닉>의 촬영 등에 쓰인 로봇 탐사기까지 활용해 바다 속 생태계의 신비를 밝혀내려 한다. 그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의 탐험이 아닌 과학 연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관련 학자들을 탐사에 동행시킨다. 해양학자와 지질학자, 그리고 우주생물학자들로 구성된 그들은 직접 잠수정에 탑승해 자신들의 관점으로 바다 속을 들여다본다.

독특하다 못해 기괴한 심해어들과 신비한 형태의 해파리는 말 그대로 외계인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들로 보인다. 그 중에서 탐사대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은 잠수정을 녹일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심해 화산 주위에 사는 미생물들이다. 극단적인 온도변화에도 끄떡없는 박테리아들과 그를 주식으로 삼는 작은 물고기들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환경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과 학자들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생물들을 연구하고 탐사하는 과정이 향후 있을 우주탐사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열쇠가 되기를 기대한다.

DVD는 다큐멘터리로서 우수한 화질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여정을 간접 체험하게끔 만드는데, 특히 선명한 색채의 바다 밑 풍경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해설을 돕기 위해 간혹 등장하는 CG 영상들도 탁월한 수준. 내레이션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운드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리얼한 음향이 인상적이며 탐사과정에 흐르는 몽환적인 음악은 신비로운 느낌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록이 전무하다는 것.

어지간한 영화의 러닝타임인 100분이 지루하지 않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좀처럼 차기작을 내놓지 않는 제임스 카메론이 야속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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