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난 왜 맨날 이런 것만 시켜! <내 청춘에게 고함> 촬영현장
2005-09-19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이혜정

“워워, 어휴 저런 애들이 제일 싫어.” 자기가 한 연기를 모니터로 보면서 김태우가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느 무료한 늦여름날 어설프게 슬리퍼를 신고 농구장에 들어와 잘 놀던 애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대장 노릇을 하는 김 병장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태우씨가 몸을 부딪치면 저 친구가 기분 나빠지는 거고… 그러면….” 김영남 감독은 극중 김 병장의 막가는 행동들을 꼼꼼히 설명한다. 결국에는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면서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더니, 아이들에게도 무시당하고 홀로 농구장에 남는 김 병장. “난 왜 만날 이런 것만 시켜!”라고 말은 하지만, 김영남 감독과 김태우는 모니터 한번 얼굴 한번 쳐다보며 연신 킬킬거린다. 지난 9월2일 보라매공원 내 야외 농구장에서 펼쳐진 <내 청춘에게 고함>의 한 장면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장소를 옮겨 청담동 조용한 골목길에서 촬영된 김 병장과 아내의 대화장면. 그냥 헤어지는 장면인 것 같은데, 감정은 서로 엇갈릴 듯 불길하다. 급기야 김 병장이 다른 여자와 잤다고 털어놓으면, 아내(백정림)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버리는 ‘고백전’이 벌어진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세 부분, 세 주인공을 가진 영화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묶이는 지점들이 생겨날 거라고 한다. 아버지, 남자친구 등과 문제를 겪고 휴학을 하고 있는 무용 전공 대학생 정희(김혜나)의 이야기, 우연히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뒤이어 정희를 알게 되는 공중전화 철거 작업반 근우(이상우)의 이야기, 그리고 박사과정을 준비중인 학생이자 말년 휴가를 나온 김 병장(김태우)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영남 감독은 “내 메모들을 봤더니 이런 세 가지 종류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직업과 이야기들이 서로 섞이다보니 지금의 형태가 됐다”고 영화의 실마리를 풀어놓는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영진위 공동제작지원 3억원, <NHK> 제작지원 4억원 등을 포함한 11억원 정도의 저예산영화. 지난 7월부터 시작해 9월 초까지 “완전히 달렸다”는 감독의 말처럼, 지금은 90% 정도를 촬영했다. <NHK>가 주최하는 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 의무적으로 출품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완성할 예정이다. 제작자 임재철 대표(이모션 픽쳐스)는 “내년에 가장 평가받는 한국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영남 감독은 단편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연출부와 <극장전> 디지털 편집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개봉은 내년 3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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