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러드>는 사람들보다 쥐와 더 가까이 지냈던 한 불운한 청년의 이야기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윌러드는 직장에서는 악마 같은 상사에게 시달리고, 집에서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병상의 어머니에게 시달린다. 그러던 그는 지하실의 쥐들과 교감을 나누게 되고, 자신이 쥐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끔찍한 비극이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이 리메이크에서 윌러드를 연기한 배우는 <백 투 더 퓨처>에서 마이클 J. 폭스의 얼빵한 아버지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크리스핀 글로버다.
이 영화는 원래 1971년 제작된 동명의 작품을 <엑스 파일>의 각본가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한 글렌 모간이 리메이크한 것. 71년작은 <벤>이라는 속편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소년 시절의 마이클 잭슨이 부른 <벤>의 감미로운 주제곡 “Ben”은 우리나라에도 너무나 잘 알려진 명곡이다.
DVD에는 글로버가 직접 부르고 출연한 “Ben”의 뮤직 비디오가 수록되어 있는데, 마치 윌러드의 환상을 영상화한 듯한 뮤직 비디오는 영화 속 현실에서 소외당했던 그가 쥐들과 함께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랑 루즈>에나 나올 법한 20세기 초반 스타일의 무대에서 쥐와 함께 등장한 윌러드는 대부분 요염한 여자들로 이루어진 관객들로부터 갈채를 받는데... 조금만 지나면 화면의 쥐들의 수가 불어나면서 여자들의 옷 속에서 쥐들이 기어나오는 등 다소 엽기적인 상황이 속출한다.
항상 어딘가 억눌린 듯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던 글로버의 가창은 <윌러드>의 영화 속 캐릭터와 뮤직 비디오 속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정서를 뿜어내는데, 단순히 듣기 좋은 팝송으로만 알았던 “Ben”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로버의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옵션도 있는데, 뮤직 비디오 속에서 윌러드를 제외한 모든 남성 캐릭터를 R. 리 어미 혼자서 연기했다던가, 그들의 복장이 프리츠 랑 영화의 캐릭터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등 카메라 안팎에서의 흥미로운 내용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윌러드>는 10월 중 국내 극장 공개를 거쳐 11월경 DVD로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