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로봇>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야기
2005-09-27
글 : 한청남

<토이 스토리> 이후 3D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픽사 스튜디오지만 최근 후발주자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슈렉>을 만들어 픽사의 아성을 위협한 PDI를 비롯해 픽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신작 <치킨 리틀>을 준비 중인 디즈니사,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로 20세기폭스사에 모처럼 장편 애니메이션 성공작을 안겨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로봇>은 그런 블루스카이의 최신작으로 전작을 능가하는 눈부신 영상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작품이다.

성공을 위해 대도시인 로봇시티에 온 로드니가 겪는 모험담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 결과물은 디지털 기술의 총집합체라고 할 만큼 현란하지만 그 내용물은 온통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단 한 명의 인간도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로봇들의 이야기가 정감 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태엽을 스스로 감거나 부서져서 떨어진 고물 부속품을 찾아다니는 로봇의 모습은 과거 양철 로봇을 가지고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성인 관객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갖가지 패러디들도 나오지만 크게 튀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할아버지의 낡은 보트 모터를 로봇 디자인에 활용했다던 크리스 웻지 감독의 작품 해설이 궁금했으나 아쉽게도 이번에 국내 발매되는 DVD에 담긴 음성해설에는 애니메이터들을 비롯한 기술 스탭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매 장면에 걸쳐 로봇의 질감 표현이나 3D 연출, 조명 효과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대신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그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데 애를 먹었던 장면이라던가(로봇들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는 장면 같은), 제작진들만이 아는 장난스런 장면에 대한 해설(<아이스 에이지>의 캐릭터인 시드가 로봇으로 카메오 출연한 장면 등)은 흥미롭다.

나머지 그리 많지 않은 부록들 가운데에는 ‘대빵 이모의 영화 뒷이야기’와 크리스 웻지 감독의 해설하는 삭제 장면 모음이 볼만하다. ‘대빵 이모의 영화 뒷이야기’는 푸짐한 엉덩이 사이즈를 가진 대빵 이모가 로봇시티에 온 관광객들을 안내한다는 내용의 단편 애니메이션. 한글 자막 대신 우리말 음성이 지원되어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기 적당한 부가 영상이다. 다만 본편보다는 화질이 떨어지는 편. 그 외 간단한 인터랙티브 게임이 수록되었으며 현재 제작 중인 <아이스 에이지 2>에 관한 홍보 영상들이 포함되어 있다.

본편의 화질과 음향은 기대했던 것만큼 우수하다. 로봇들의 손에 잡힐 듯한 섬세한 질감과 인간들의 대도시를 모방한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배경들이 깨끗한 화질로 눈을 즐겁게 한다. 가상의 로봇 세계를 완성하는데 일조한 독특한 음향효과는 탁월한 사운드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는 부분. 로봇시티의 기발한 운송장치라든가 엄청난 속도감으로 인해 탄성이 절로 나오는 후반부 추격 씬의 경우, 흡사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빅웰드 회장 집의 도미노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기술적 성취도 못지않게 로봇에 관한 기발한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어린 시절 로봇 장난감을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록 구성은 좀 불만스럽지만 우리말 더빙이 충실히 되어 있는 점이 소장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대빵 이모의 영화 뒷이야기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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