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신데렐라 SE> 때 빼고 광낸 눈부신 영상
2005-10-03
글 : 한청남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데렐라>를 페로의 원작 대신 어린시절 고무줄 놀이할 때 즐겨 부르던 노래나 혹은 디즈니의 동화책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지만 신데렐라의 모습은 금발에 은빛 드레스를 입은 것으로 어느새 우리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백설공주>가 그러하듯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본 작품은 지금껏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신데렐라> DVD의 발매는 디즈니의 오리지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신데렐라> DVD를 보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첫 번째로 작품이 제작된 시기다. 1950년에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요즘 애니메이션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색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가운데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동작과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당시 제작과정을 보면 월트 디즈니가 제안한 로토스코핑 기법(실제 배우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 위에 애니메이션을 그린 것)과 재능 있는 애니메이터들의 창조적인 연출력이 합쳐진 것이라고 하는데, 요즘 작품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장인들의 예술혼이 느껴진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신데렐라를 돕는 동물들의 익살맞은 행동과 계모의 섬뜩한 모습은 디즈니만의 오리지널 요소로서 작품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음악까지, 디즈니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함과 동시에 한국전쟁 당시 미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어 부럽다 못해 샘이 날 지경이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완벽에 가까운 화질이다.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는 작품이지만 <신데렐라> DVD가 보여주는 영상은 마치 어제 막 만들어진 작품인 양 깨끗하다.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하며 색상 또한 빛바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셀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 또한 살아있어, 원본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심지어 2002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이번에 함께 발매되는 <신데렐라 2>의 화질을 압도할 정도. <태권 브이>로 이제 막 영상 복원 작업에 눈을 뜬 국내 애니메이션계는 디즈니사의 필름 보관 노하우와 복원 기술을 본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화질에 비해 음향은 다소 심심한 편. 과장된 소리보다는 오리지널 사운드의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5.1 채널 믹싱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프닝 곡의 경우 마치 오래된 레코드에서 나오는 듯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이는 DVD를 위해 새로이 녹음한 우리말 더빙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어 만족스럽다. 게다가 우리말 더빙의 퀄리티는 여타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탁월하여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이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본편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타이틀이지만 귀중한 영상자료들이 포함된 부록들도 놓칠 수 없다. 제작 뒷이야기에서는 <신데렐라>의 제작과정에서 삭제된 갖가지 아이디어들과 캐릭터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완성에 큰 기여를 한 아홉 명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신데렐라가 재투성이에서 공주가 된 것처럼,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디즈니사를 부활시켰으며, 무일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월트 디즈니의 실제 인생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삭제장면’에서는 본편에 쓰이지 못한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디즈니 채널의 아이돌 스타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나 공주처럼 치장하고 옷을 입어보는 부가영상은 <신데렐라>가 고전으로만 기억될 작품이 아닌 요즘 세대에게도 통용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부록이다.

계모를 그린 프랭크 토마스
공주처럼 치장하기

그래서 신데렐라는 행복해졌을까?

유리구두 덕분에 왕자와의 결혼에 골인한 신데렐라. 그것으로 그녀의 꿈은 이루어진 걸까? 그리고 심술 맞은 새언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비록 누구나가 동의하는 후속작은 아니지만 디즈니사에서 21세기에 제작한 <신데렐라 2>가 그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왕자와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신데렐라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왕궁의 안주인으로서 파티 준비를 하게 된다. 게다가 왕실의 까다로운 법도도 함께 익혀야만 한다. 재벌2세에게 시집간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신데렐라 역시 당혹감을 느낀다. 평소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던 그녀는 부엌데기 근성을 못 버린다며 핀잔을 듣고 무거운 드레스 차림으로 춤 연습을 하고 친하게 지내던 평민들과의 만남도 금지 당한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신데렐라가 아니다. 잠시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왕실을 개혁할 결심을 한다.

한편 신데렐라의 새언니 아나스타샤는 돈 많은 귀족을 잡으라는 엄마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빵집 주인과 눈이 맞는다. 신데렐라를 괴롭힐 때와는 달리 남자 앞에서 자신감을 잃은 그녀를 신데렐라와 동물친구들이 뒤에서 응원한다. 뻔한 얘기지만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이 다시금 강조된다. 못된 고양이 루시퍼도 덩달아 사랑에 빠지는데 과연 성공할 것인지는 직접 확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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