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원희(33)였다. 애드리브(즉흥 연기)의 여왕이라는 말은 딱이었다. 수십명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도 거리낌 없는 우스개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군더더기 없는 유쾌함은 가을 하늘의 청량감을 떠올리게 했다. “나를 개그맨으로 본다는 얘기에 울컥했다”거나, “애드리브는 집안 내력”이라는 말들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29일 서울 서교호텔에서 열린 에스비에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극본 염일호·권민수, 연출 고흥식) 제작발표회 자리에서였다.
김원희가 방송 드라마로 돌아온 것은 5년 만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신문 기사를 보고 “아 그렇구나”했다고 말했다. 바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을 뿐, 오락 프로그램 사회자로 영화 출연으로 바쁜 세월이었을 터다.
여전히 라디오 디제이와 오락 프로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마침 최근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가문의 위기>는 전국에서 4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런 근거들을 통해, 김원희는 “나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연기자”라고 말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김원희의 장점은 누구나 인정하듯, 코믹 연기다. 우스운 상황에서 능청스럽게 태연한 척 한다거나,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슬쩍슬쩍 흘리며 가까스로 참아내는 모습 등은 김원희가 아니면 어떤 여성 연기자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뭔가가 있다.
5일 방송을 시작하는 <사랑은 기적을 필요해> 또한 김원희의 이런 특장을 잘 살려내야 하는 로맥틱 코미디 장르다. 서른 나이를 넘어선 내레이터 모델 역할이다. 스스로 ‘퇴물’로 불린다고 말할 만큼 ‘노처녀’다. 가진 것이 없어 은퇴 시기를 넘겨버렸다. 그러나 기가 죽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계약한 수당을 깎으려는 식당 사장의 머리를 후려치고, ‘삼순이’처럼 술에 취해 남자 옷 위에 음식물을 게워내는 모습을 보면 안다. 이름도 봉심이다. ‘차봉심’.
그러나 “드라마에서 이런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적은 없다”고 한다. 따져보니 그렇다. 오락 프로그램들에서 우스운 연기를 보여온 것이 단단한 기억으로 남아있나 보다. 그렇게 쳐도, 김원희는 특유의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펼쳐낼 생각이다.
그러면서 예상치 않은 진지함까지 보인다. 살며 부딪치는 생생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쉬지 왜 나오냐’는 주위 분위기가 있어요. 여성들에게 관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우리 사회에선 여자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게 되면 주춤해지고 말아요. 그렇지만 전 당당하게 비춰지길 바랍니다. 차봉심을 통해 당당하게 시청자들의 의식을 높여나가고 싶고요. 저처럼 애매한 나이 대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친한 친구인 탤런트 김선아와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김선아와 김정은은 김원희에 앞서 각각 문화방송 <내 이름은 김삼순>과 에스비에스 <루루공주>의 주인공을 맡았다. “최근 우리끼리 바통 터치를 마쳤어요. 둘 다 저를 응원하면서 ‘마지막을 잘 장식하라’고 했죠. 김선아는 최근 나랑 만날 때 모자를 쓰고 나왔길래 따끔하게 혼을 내줬어요. 예쁘게 보이려는 경쟁심 때문이 아니겠어요? 김정은은 ‘시청률을 더 올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