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가장 아름다운 순간 세 편의 사랑 이야기 <쓰리 타임즈> Three Times
2005-10-0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감독 허우샤오시엔/ 대만/ 2005/ 135분

<쓰리 타임즈>는 각기 다른 역사적 시간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세 편의 사랑 이야기다. 이 세 이야기의 순서는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적 형식이 지나온 궤적의 순서라고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때문에 그의 영화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이이기도 하다.

“대만 근대사의 각기 다른 세 시기를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것들 사이의 차이에 흥미가 있었다”고 허우샤오시엔은 이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 말 그대로 <쓰리 타임즈>는 세 역사적 시간대의 이야기다. 그러나 ‘최호적시광(最好的時光)’이라는 한자어 제목 그대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그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사랑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쓰리 타임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세 편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다. 거기에는 소제목들이 달려 있다. 첫 번째, '연애몽'은 1966년 카오슝의 한 당구장 단골손님인 청년이 그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에게 연정을 품게 되고, 군대를 가게 되고, 다시 휴가를 나와 그녀를 찾아 헤매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숨을 쉬는 공간과 감정을 대변하는 빛과 그 사이를 거닐며 찬찬히 움직이는 인물들과 그들을 담는 카메라의 리듬이 합을 이루며 자력처럼 꿈같은 연애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마치 <펑쿠이에서 온 소년>(군입대를 앞둔 무료한 주인공)의 배경을 빌어와 <동년왕사>와 <연연풍진>에서 보여준 정서를 되살려놓은 듯 하다.

두 번째, '자유몽'은 1911년 일본 점령기 하의 다다오솅에 살고 있는 대지주의 아들과 유곽의 고급 매춘부와의 사랑을 다룬다. 남자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떠날 것을 결심하고, 여자는 슬퍼한다. 개인의 자유와 민족의 자유, 개인의 욕망과 민족의 욕망이 사슬처럼 얽힌다. <해상화>에서 시도한 영화적 형식미를 압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1911년이라는 시간대를 무성영화의 형식으로 체화한다. 세 번째, '청춘몽'은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서기)와 사진가(장첸)와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또 한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화가 담는 혼란스러운 듯한 2005년 타이페이의 배경처럼, 이 셋의 사랑은 엇갈리고 상처 입히면서 청춘의 시간을 지난다. <밀레니엄 맘보>의 또 다른 주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세 이야기의 순서는 허우샤오시엔의 영화적 형식이 지나온 궤적의 순서라고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장첸(양조위 이후 나른한 연정의 페르소나로서 가장 기대할만한 중화권 배우)과 서기는 각각의 시간을 관통하며 세 에피소드의 주인공을 모두 맡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잘 어울린다. 허우샤오시엔 영화 세계의 집약으로 보는 것이 가능한 <쓰리 타임즈>는, 때문에 그의 영화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이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 상영 버전은 2005년 칸에서 상영했던 120분 버전에서 15분이 추가된 135분짜리 재편집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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