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계 외국감독들을 주목하라” 전양준 월드시네마 프로그래머
2005-10-06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국제영화제에서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J라는 깜찍한 애칭으로 통한다. “가는 국제영화제마다 무시당하면서” 제1회 부산영화제를 준비하던 시절, 외국인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의 그를 J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어느 영화제를 가더라도 중요인사로 분류되는” 프로그래머가 된 지금에도 J라는 애칭은 여전히 남아있다.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몸도 마음도 넉넉해진 전 프로그래머에게는, J라는 애칭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자긍심을 대변하는 이름인 셈이다.

대어를 건지기 위해 한해를 꼬박 해외영화제 순회로 보낸 전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건진 106편을 부산에서 풀어놓는다. 그가 짚어낸 올해 상영작들의 전반적인 경향은 ‘지역, 문화권 충돌과 인종 갈등’이다. 많은 상영작들로부터 이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을거라고 총평하는 그는, 올해가 “한국처럼 영화산업이 부흥한 지역들의 작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라는 사실도 강조한다. “프랑스는 예술영화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류 상업영화들이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모두 활기를 띄고 있는 이스라엘 작품들(<집으로>, <선택받은 땅>)과 올해 3편의 작품(<나의 이름은>, <마스터>, <반갑지 않은 사람>)이 상영되는 폴란드 영화들도 일견의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특히 전 프로그래머는 <모텔>, <컨벤셔니어즈>, <아르헨티나, 나를 위해 울어주나요?> 등 한국계 외국감독들의 영화들에 쏟아질 관객들의 반응을 목하 기대중이다. 그는 아시아계 서구감독들의 영화들을 통해서 아시아 영화의 개념이 확장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전 프로그래머는 스스로의 역할을 “빛나는 조연”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과 아시아 영화에 스포트 라이트를 내주면서도 영화제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기여하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월드시네마 부문은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인의 영화를 보는 기준과 관점을 좀 더 세계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확신하는 그는, “지난 10년간 세계적 영화들을 만나 온 관객 중에서 분명히 세계적인 감독이 나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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