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해롤드와 쿠마> 화장실 소리가 리얼한 엽기 코미디
2005-10-06
글 : 한청남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 외에도 <해롤드와 쿠마>가 기대되었던 이유는 황당무계한 코미디 영화 <내 차 봤냐?>를 연출한 대니 레이너의 감독작이라는 점이다. 예상대로 <해롤드와 쿠마>는 기상천외한 돌발 상황과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화장실 유머와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영화다.

소심한 남자 해롤드와 백수청년 쿠마는 ‘화이트 캐슬’ 햄버거 가게를 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하는데, 이들이 맞닥트리는 것은 엄청난 설사 소리를 내는 쭉빵걸과 악질 피부병에 걸린 광신자, 변태적인 경찰, 그리고 약에 쩔은 ‘천재소년 두기’ 닐 패트릭 해리스 등 엽기 코드로 무장한 캐릭터들이다. 야하고 지저분한 코미디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동양계 인물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할리우드 영화를 놓치지 말 것. 미국의 주류사회가 가진 인종적 편견까지 희화화를 통해 무장해제 시키는 보기 드문 수작이기 때문이다.

DVD 부록 중 음성해설은 대니 라이너 감독과 함께 해롤드와 쿠마 역을 맡은 두 주연배우, 존 조와 칼 펜이 참여했다. 영화의 시작에서 두 백인 배우가 나온 것은 전형적인 백인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속임수라고 말하는 등 연출 의도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촬영 당시의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데,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은 닐 패트릭 해리스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정말 평소 행실이 의심스러운 연기를 했다), 그리고 쿠마가 대마초와 연애하는 ‘대마순이’ 장면 가운데 하나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성난 황소>를 패러디했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코믹한 장면들을 더욱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음성해설이다.

‘존 조, 칼 펜 : 뒷좌석 인터뷰’는 영화 속에서 두 얼굴의 한국 학생을 연기한 바비 리가 차를 몰면서 뒷좌석에 앉은 존 조와 칼 펜을 인터뷰하는 내용. 남자들끼리 모였을 때 흔히 그러는 것처럼 음담패설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간다. ‘배우와 촬영팀 인터뷰’에서는 진지한 영화들의 DVD에서는 듣기 힘든 야한 농담 섞인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인터뷰 중 두 사람의 각본가는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동양인 청년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으려했다고 이야기한다. 닐 패트릭 해리스가 배우로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버거 나라로의 여행’은 해롤드가 겪는 꿈나라 속 모험담에 관한 제작 뒷이야기. 당초 온갖 인물들이 총출연하는 엽기쇼로 기획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현재의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같은 장면이 되었다고. 영화에 실리지 못한 배우들의 황당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삭제 장면 모음’도 무척 볼만한데, 사실 이 DVD의 가장 재미있는 부록은 앞서 소개한 내용들을 압도하는 ‘방귀의 미학’이다. 실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설사 소리를 들려준 영화 속 화장실 장면. 그 장면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음향감독의 이야기다. 특수 제작한 녹음장비를 들고 술집, 기사식당의 지저분한 화장실들을 전전하는가하면 심지어 여장을 하고 여자 화장실에 침투하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담겨있다. 보다 보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지만 워낙 적나라한 소리들이 나오기 때문에 식사 전후에는 보지 말 것을 권한다.

화질과 음질은 평균적인 수준. 한 장의 디스크로 발매되었지만 기발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와 그에 못지않은 재기발랄한 부록이 담긴 실속 있는 타이틀이다.

방귀의 미학
닐 패트릭 해리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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