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히든> 충격요법과 해석의 덫
2005-10-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감독 미카엘 하네케/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2005년/ 99분/ 월드시네마

사소해 보이는 기류가 어느 순간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 인과로 변화하는 이야기 속에서 미카엘 하네케는 게임을 제의하고, 충격 요법을 사용하고, 또 해석의 덫을 놓는다. <히든>의 경우 그 작동 구조는 ‘시선’에 있다. <히든>은 윤리에 대한 내기임을 드러낸다.

별다를 것 없는 어느 하루의 평온한 일과적 풍경으로 시작하여 순식간에 끔찍한 인류의 절멸로 영화를 끝내 버릴 수도 있는 감독이 <히든>의 미카엘 하네케다. 사소해 보이는 기류가 어느 순간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 인과로 변화하는 이야기 속에서 미카엘 하네케는 게임을 제의하고, 충격 요법을 사용하고, 또 해석의 덫을 놓는다.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는 언제나 빙산의 일각을 보는 것에서 빙산을 보는 것으로 옮겨 가도록 요구한다.

<히든>의 경우 그 작동 구조는 ‘시선’에 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면 프랑스 어느 중산층의 집 앞 풍경이 한참동안이나 보인다. 그러고 나면 그 화면 바깥에서 인물들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온다. 이것은 관객이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보고 있던 화면을 관객이 따라 보는 것이었다는 것이 그때서야 밝혀진다. 텔레비전 문학프로그램 사회를 맡고 있는 조르주 부부는 이후 반복적으로 이 테이프를 받는다. 누가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화면은 조금씩 내용을 달리하며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러다 조르주는 별안간 어린시절 자신이 모함해서 쫓아낸 알제리인 입양아 마지드가 뒤늦게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들이 하루동안 실종되자 서슴없이 마지드 부자를 경찰서에 처넣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드는 ‘목숨을 걸고’ 맹세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히든>은 마지드의 그 맹세를 증명하는 충격 요법으로서의 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이것이 윤리에 대한 한 내기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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