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얼굴을 봤다. 그는 몹시 바빴다. 부산영상센터 B스튜디오에서 15분짜리 단편영화를 촬영 중인데 13일까지 완성본을 공개해야하는 일정에 짬을 내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아시안필름아카데미(AFA)의 선생님이다. AFA는 아시아 지역내에서 선발된 28명의 학생들에게 영화제작에 관한 워크숍 및 영화제작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제도. 태국영화의 주류를 대표하는 감독인 논지 니미부트르는 한국의 박기용과 황기석, 중국의 유릭와이와 함께 2주간 마스터로 활동한다.
신사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그는 “첫 번째 AFA의 마스터로 초청해주어서 영광”이라며 “훌륭한 필름메이커가 될 자질을 갖춘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좋다”고 상냥하게 말했다. “초고는 내가 썼지만 내 팀에 속한 14명의 학생들과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했기 때문에 내 스크립트가 아니라 우리의 스크립트다.” 친절한 선생님의 원고에는 컷, 앵글, 움직임 등에 대한 주문사항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영화 지식이 전무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촬영 중에 던지는 사소한 질문도 가급적 받아주려고 한다.” 그 사소한 질문들 중에는 ‘지금 몇 시예요?’도 포함돼 있다. 좋은 선생님이다보니 학생들이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 아니겠냐고 대꾸해주자 그가 정직한 얼굴로 부정한다. “그저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 말이다.” 고작 10분 얻은 인터뷰 시간이 꼴딱 지나버렸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또다른 기회를 주기 위해 세트 안으로 바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