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선택받은 땅> 이스라엘의 인생군상들
2005-10-07
글 : 김도훈

에얄 할폰 | 이스라엘 | 2005년 | 104분 | 월드시네마

‘선택받은 땅’ 이스라엘의 인생군상을 로버트 알트먼의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 리얼리즘 속에서도 시적인 정취를 잃지 않는 영화의 어조는 캐리커처와 정밀소묘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듯 하다.

<선택받은 땅>은 신에게 ‘선택받은 땅’ 이스라엘의 인생군상을 로버트 알트먼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경찰일을 그만두고 러시아 여자들을 인신매매해 집창촌과 마피아에 팔아넘기는 프랑코. 그의 손에 의해 팔려왔지만 몸을 파는 일을 거부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러시아 여인 야나. 두사람은 어두운 인신매매의 세계속에서 기이한 우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아내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소심한 농장주인 젤트처와 그의 땅에서 농부로 일하며 ‘왕의 날’과 공주의 방문을 준비하는 타이 노동자들이 있다. 영화는 그들의 초상을 중심으로 인신매매 단체에 팔려온 여인들과 마피아등,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하며 선택받은 땅의 초상을 블랙코미디의 기운에 실어낸다.

감독인 에얄 할폰은 여행 가이드, 인명구조원, 산림감시원, 기자 등의 직업을 거쳐 다큐멘타리 작업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그의 다양한 경험들이 깃들어 있는 이 작품이 현대 이스라엘에 대한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받은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더럽고 누추한 이면만을 폭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얼리즘속에서도 시적인 정취를 잃지 않는 영화의 어조는 캐리커처와 정밀소묘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듯 하다. 2005년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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