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브로큰 플라워> 군더더기 없는 야릇한 감동
2005-10-0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감독 짐 자무쉬/미국, 프랑스/2005년/105분/월드시네마

짐 자무쉬는 대중적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간결한 형식의 재미를 부담없이 선사한다. 신비롭고 단촐한 음악에 재치있는 대사들과 상황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진다. 거기에 주인공 빌 머레이의 무표정한 상심이 더해지면 영화는 야릇한 감동까지도 준다.

같이 살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혼자 남아 상심에 빠져 있는 던(빌 머레이)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이란 ‘당신에게는 열아홉살 짜리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연인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그 편지의 임자를 알 길이 없다. 그 고민을 들은 옆집 친구는 인생의 전환을 가져올 기회일지도 모르니 그 편지를 보낸 사람과 미지의 아들을 찾아 가보라고 등을 떠민다. 던이 세 여자를 차례로 찾아가는 여행길은 그렇게 시작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그녀들은 이미 세상의 운세에 절어 힘겨운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고, 결국 던의 손에 남는 건 방문 때마다 들고 다니다 ‘망가져 버린 꽃들’뿐이다.

<브로큰 플라워>는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간단함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짐 자무쉬는 대중적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간결한 형식의 재미를 부담없이 선사한다. 신비롭고 단촐한 음악에 재치있는 대사들과 상황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진다. 거기에 주인공 빌 머레이의 무표정한 상심이 더해지면 영화는 야릇한 감동까지도 준다. (아들의 진위에 관한) 날카롭고도 포복절도할 만한 마지막 장면은 웃음 뒤에 숨겨진 인생의 질문이다. 2005 칸 영화제 최고의 인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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