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마이 제너레이션> <여자, 정혜> 등의 수작을 발굴했다. 대량생산 시대의 수공예품과도 같았던 지난해 영화들은 전초전에 불과했던 것일까. 10주년을 맞은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세대와 영역을 아우르는 한국영화들을 두루 초대했고, 그중에는 부산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들이 상당수다. 어디선가 튀어나오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영화도 있다. 그많은 영화들 중에서 <씨네 21>은 일곱 편을 골라냈다. 이 일곱 편의 영화가 옥석(玉石)을 가린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 편 한 편마다 새로운 가치 혹은 오래되었으나 소중히 여겨야만 하는 가치를 가진 영화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175분에 달하는 <좋은 배우>는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조차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다. 스무살 때부터 영화를 하려고는 했지만 독립과 상업영화 모두 인연이 없던 신연식 감독은 캐스팅한 배우에 맞게 시나리오를 고쳐쓰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는 솜씨를 보였다. 자기 길을 찾고자 하는 고시생이 실험극 공연을 준비중인 극단에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특별히 드라마틱하지 않은 스토리인데도, <좋은 배우>는 밀도있는 구성과 유려한 연출로 175분을 거뜬하게 끌고간다.
‘새로운 물결’ 부문에 나란히 초청받은 세 영화는 어느 한부분 겹치지 않는 개성을 견주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한국 남성에게 원죄처럼 남아있는 기억을 되살리는 영화다. 태정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학교 동창 승영을 보호하려고 애쓰지만, 군대의 비논리성에 항거하는 승영은 왕따가 되어간다. 태정이 제대하자 승영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변하고, 후임병 지훈에게는 똑같은 상처를 대물림한다. 젊은 영화학도가 만든 졸업작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와 형식을 능숙하게 가봉한 영화.
<S 다이어리>의 박성훈 프로듀서가 연출 데뷔작으로 만든 <썬데이 서울>은 자유롭고 재미있는 영화다. “한국의 장르영화는 사회적인 알레고리를 중시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야말로 신세대의 영화”라는 것이 허 프로그래머의 평. 늑대인간 성장기와 폐가의 괴담, 무협청년의 액션 판타지가 동일한 목격자의 시선을 통해 느슨하게 엮여있다. 성장영화라는 평범한 영토를 택한 <피터팬의 공식>은 비범한 방법으로 그 영토를 일구었다. 한수는 자살을 시도하여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 곁에서, 옆집의 음악교사 인희와 맞은편 침대에서 엄마를 돌보는 미진을 보며, 성장통을 겪는다. 정서를 잡아내되 감정적이지 않은 감독의 시선이 소년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국영화 파노라마’에서 발견한 세편의 영화들은 무르익은 세월이 어떤 파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백한번째 프로포즈>의 오석근 감독이 만든 세번째 영화 <연애>는 삶의 비루함에 대한 애조의 기운이 가득하나, 손쉽게 신파를 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몇 백만원의 빚을 갚고 생계를 꾸리고자 술집에 나가기 시작한 주부 어진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남자 민수를 만난다. 마지막 연애의 상상을 들이마시는 어진. 그러나 모멸과 수치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가 실은 더 깊은 수렁이었음을, 그녀는 뒤늦게 깨닫는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내 안에 우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와 함께 시간과 기억의 삼부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수일 감독의 영화다. 고향 속초에 들른 영화감독이 낯선 여자의 여행에 동행하고, 그 자신의 고향도 찾아헤매는, 간결한 스토리. 그러나 역사라는 거대한 실체가 한 축이 되어 존재론적 질문을 감싸안고, 개인의 관념까지 풍요로워진 영화이다.
<여자, 정혜>로 작년 부산영화제의 조용한 스타가 되었던 이윤기 감독은 1년만에 <러브토크>로 돌아왔다. LA에서 마사지 테라피숍을 운영하는 써니와 그녀의 아래층에서 유령처럼 사는 지석, 지석이 붙잡지 못한 사랑의 대상이며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토크’를 진행하는 영신, 그리고 그들로부터 퍼져나간 인연들이 고리처럼 묶이는 드라마다. 피할 수 없는 체념에 익사할 듯한 사랑이 더해진 영화. 그러나 <여자, 정혜>의 형상 뚜렷했던 상처는 어슴푸레한 기운의 기억으로 바뀌었다.
Splendid Traits of K-Cinema
PIFF last year has discovered the diamonds such as <My generation> and <This Charming Girl>. Last year’s films that can be considered as handcraft art in a period of mass production were only a prelude of what to come. PIFF, greeting its 10th anniversary this year, has invited Korean films of various generations and genres, where many of them are being released for the first time. <Cine21> would like to introduce selected 7 films. Each of them has values, which are either new or traditional and precious although they may not be all gorgeous.
<A Great Actor> was not such an expected one even for the Korean film programmer, Moon-yung Huh. The director Yeon-shick Shin tried doing film since twenty but didn’t have much affinity for both commercial and indie films. However, he kept adjusting his scenario accordingly for the actors and did a great job pulling out their talents. Although the film does not have such a dramatic plot, it develops the story in an organized and stylish way.
Three films invited to New Currents have their own unique styles. <The Unforgiven> reminds Korean men of a memory that lives in them like an original sin. Tae-jeong tries to protect his friend Seung-young, who is having a hard time adjusting to the army, but Seung-young, who resists the illogical system of the army, becomes isolated. As soon as Tae-jeong is discharged, Seung-young changes in order to survive and repeats the same mistakes as his general previously done to him.
<Sunday Seoul> is differentiated from other Korean genre films in that it has escaped from the social allegory and has created a genuine new-generation film, according to the programmer Huh. Maturing period of a wolf man, tale of a haunted house, and the action fantasy of a chivalrous young man are loosely intertwined through the view of the same witness. <The Peter Pan Formula> is a story of Han-soo who experiences growing pain watching over his mother who tried to kill herself and encountering two women, Mi-jin and In-hee. The director’s point of view, cruel and lyrical at the same time, knocks the boy’s mind.
Another three films are from the section ‘Korean Panorama.’ <Love is Crazy Thing> by the director of <The 101st Proposition> mourns for meanness of life, however it is not a typical pathetic melodrama. A married woman Au-jin is desperate to make money to pay back her debts, so she becomes a hostess and meets Min-su who suggests her to become his friend. She falls in love with him and ends up falling in the mire. <Time between Dog and Wolf> by Soo-il Jeon is a short story of a film director who meets a woman on the way back to his hometown and suddenly follows her to Tae-bak. The film throws a profound question of one’s existence ontology on the axis of history. Yoon-ki Lee who was one of the stars of PIFF last year came back this year with <Love Talk>. The film is about three people(Sunny who runs a massage therapy shop in LA, Ji-Seok who lives downstairs of Sunny’s apartment like a ghost, and the DJ of a radio program ‘Love Talk’, Young-shin, whom Ji-seok wanted to fall in love with) and the series of relationships they create. This film about the frustrating and desperate love makes a transition from the obvious wound of <This Charming Girl> to a dim re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