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앙 양은 아버지가 없다. 그가 태어나던 해, 아버지는 해바라기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고선 어디론가 끌려갔다. 존재조차 몰랐으니 부재의 그늘이 있을까. 엄마에게 매타작을 당하면서도 시앙 양은 새총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 철부지 꼬마에게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시련이 찾아든다. “너는 내 두번째 기회야!” 문화혁명의 격류에 휘말려 10년 하방생활을 해야 했고, 이로 인해 더이상 붓을 들 수 없게 된 아버지는 강제로 시앙 양을 화가로 키우려고 한다. 이때부터 태양이 될 수 없었던 아버지와 해바라기가 되기 싫었던 아들의 30년 전쟁이 시작된다.
과연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껴안을 수 있을 것인가. 로큰롤과 마약으로 대표되는 문화개방의 파고를 실제 겪으며 혼란의 성장기를 보냈던 감독은 <샤워> <지난 날> 등 전작에서 다뤘던 세대간 갈등을 이번에도 끄집어낸다. 두 부자가 엉뚱하게 영웅이 되는 전반부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보여지듯, <해바라기>는 성장영화의 울타리 안에만 둘 순 없는 영화다. 당을 위해 위증도 서슴치 않던 문화대혁명을 시작으로 아파트를 사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현재까지, 중국의 지난 30년에 대한 세밀하고 짜임새 있는 소묘가 시앙 양의 가족사를 통해 도드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