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은 다시 떠오른다>의 양귀매
2005-10-08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감성배우가 떠오른다

바오카이는 딸 시리안의 첫 출근복까지 골라주는 엄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린쳉솅 감독의 신작 <달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양귀매가 맡은 이 캐릭터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식사하고, 아무리 덥더라도 수선스럽게 손부채질을 하지 않는다. 감정을 억누르고 태도를 다스리는 중년의 여인. 그러나 바오카이와 달리 양귀매는 활달하고 애교가 넘치는 여인이다. <구멍>에서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넋놓고 있던 얼굴이나 <애정만세>에서 고독에 몸부림치다 긴 울음을 터뜨려 버리던 얼굴도 찾아볼 수 없다. 그와 작업한 차이밍량과 린쳉솅 감독은 양귀매가 감성이 풍부하고 똑똑한 여자라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하곤 했다. 양귀매는 “영화를 찍을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뿐”이라며 소탈하게 웃는다. 그는 <달은 다시 떠오른다>로 지난해 겨울 대만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개막식에는 왜 참석을 못 했는지, 차이밍량의 <흔들리는 구름>을 봤는지, 개막작 <쓰리 타임즈>는 봤는지를 인터뷰 도중 불쑥불쑥 물어보던 기자에게 그는 개막작의 중국어 원제 ‘최호적시광’의 북경어 발음을 기자가 한 자 한 자 따라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다섯 아이 중 첫 째로 태어나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본 기억이, 학창시절 좋아하고 즐겨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보다 앞서는 사람. 바오카이처럼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와 연기를 통해 어린시절의 감성을 되찾게 된 중년의 여인. 그는 자기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테니 재미난 일이나 신기한 일이 생기면 아무 때나 메일을 쓰라고, 사진 촬영을 끝내자마자 이야기했다. 말뿐이라고 해도, 그같이 친근한 작별인사를 남길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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