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달려라 장미> 관객과의 대화에서 만난 김응수 감독
2005-10-08
글 : 이영진
“시나리오 쓸 때도 일부러 웃으면서 썼다”
<달려라 장미>의 감독과 배우. 왼쪽부터 김태훈, 김응수 감독, 최반야

한 남자가 속옷도 입지 않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한 여자는 속옷만 걸친 채로 붓글씨를 쓰고 있다. 이어 침대에 누운 두 사람. 자상하기 그지없는 남편을 죽인 여자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을 두고, 여자는 공감을 표시하고 남자는 미친년이라고 고개를 젓더니, 두 사람 모두 “난 페미니스트가 싫더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엉성한 자세로 서툰 섹스를 나눈다. 알쏭달쏭 대화로 운을 떼는 <달려라 장미>는 결혼 2년차에 벌써 권태를 느껴버린 부부의 만남과 헤어짐을 독특한 유머와 생경한 기운으로 재구성한 영화. 일반 상영작들이 처음으로 공개된 7일 오전 11시, 남포동 대영극장 2관은 폭소는 아니었지만 ‘키득키득’의 연속이었다.

“정말 독특한 영화입니다. 자기 톤과 감수성을 가지고 이렇게 만든 영화는 정말 날이 갈 수록 드물어지고…”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의 평은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욕망> 등을 내놓았을 때만 하더라도 무겁고 관념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감독이라고 여겼는데 이번 작품은 의외”라는 질문에 김응수 감독은 “상업적인 기획에서 출발한 영화는 아니었고. 다만 스스로 즐기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욕망>때는 인물들의 심리나 관계를 오소독스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이번엔 일상의 생동감을 쫒기로 했고, 시나리오 쓸 때도 일부러 웃으면서 썼다”고 답했다.

첫 장면의 파격에 비해 엔딩 장면은 다소 관습적인 끝맺음 아니냐고 한 관객이 아쉬움을 토로하자 김 감독은 “공감한다. 전 장면에서 영화는 이미 끝난 것인데 주위에서 두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게 좋지 않겠냐고 지적을 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은 내 스타일이 뭔지 모르겠다. 다 해보고 싶다. <욕망>은 포르노그라피, <달려라 장미>는 따뜻한 코미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였고, 지금 편집 중인 영화는 다시 시적이고 무거운 영화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는 영미와 대남 역으로 출연한 연극배우 출신의 최반야, 김태훈 두 배우도 함께 했다. 이들은 “1년만에 다시 봤는데 관객들과 함께 쫒아가니 새로운 재미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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