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리 타임즈>의 장첸
2005-10-0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스크린이 가장 편한 남자
장첸

아직은 잠이 덜깬듯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장첸이 들어왔다. 개막작 <쓰리 타임즈>의 배우로 부산을 찾아온 그는 1966년과 1911년, 2005년을 살고 있는 세 젊은이를 연기했고, 시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랑을 조용한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그리하여 이해할 수 없는 시대까지도.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야 제목을 알게 됐는데 바로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시대에 따라 운명과 처지가 결정된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그 시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발견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을까. 장첸은 섬광처럼 사라지는 보조개를 만들며 웃더니 고등학교 시절이었다고 답했다. 어른이 된 것 같았고, 여자친구가 생겼고, 어느 곳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을 듯 했다면서.

그에게 십대의 마지막은 부담도 억압도 없는 ‘최호적시광(最好的時光, <쓰리 타임즈>의 중국어 제목)’이었다. 열네살에 <고령가소년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장첸은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영화배우였던 아버지를 자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찍었던 <고령가소년 살인사건>은 장첸에게 아르헨티나와 홍콩, 중국 등을 부유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을 주었다.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마치고 싶었지만 언제나 영화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일단 에드워드 양의 영화사에 들어갔고 두번째 영화 <마종>에 출연하게 됐다.” 신용카드 청구서 배달원도 해봤고 앨범도 내봤지만 그에게 가장 익숙한 자리는 배우였다. 영화를 좋아하여 배우만 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이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쓰리 타임즈>의 관전 포인트를 일러주었다. “허우샤오시엔은 자전적인 이야기여서 1966년을 가장 좋아했을 것이다.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비슷하다. 자신이 이 영화에서 어느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지 발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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