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피숄의 마지막 날들> 마르크 로테문트 감독
2005-10-09
글 : 오정연
“난 전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세대다”

<소피숄의 마지막 날들>은 독일내 반정부단체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던 21살의 대학생 소피 숄이 대학 내에 유인물을 유포하고 체포된 뒤 사형되기까지의 6일간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 1968년생인 마르크 로테문트 감독은 “나는 전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세대다. 앞 세대가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면, 우리는 감성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던 소피 숄은 계속되는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남아있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아버지뻘 되는 나치 장교에게도 당당히 맞선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영웅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법한 그녀의 변화는,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율리아 옌치의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간다. 실제로 “감독이 하는 일은 배우의 연기가 믿음을 주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믿을 수 없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뒤 배우와 함께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는 로테문트 감독에게 있어, 관객의 감정적 동의와 신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그는 심지어 대사하나까지도 실존하는 심문 기록과 주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할 정도로, 실존 인물 소피 숄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는데 힘썼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는 그녀가 처형장에 들어서고 죽음을 맞기까지 걸린 8초라는 시간까지 지키려 했다고.

<소피숄의 마지막 날들>은 지난 2월22일 소피 숄이 처형당한 바로 그날 독일에서 개봉되어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전하는 로테문트 감독은 여지껏 다섯 편의 TV영화와 세 편의 극장 개봉작을 만들었다. 그 중 한 편은 국내 개봉당시 독일판 <아메리칸 파이>로 알려졌던 <팬티 속의 개미>. 종횡무진하는 필모그래피에 입을 다물지 못한 기자에게 그가 덧붙인다. “그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사춘기시절 나의 개인적인 고민과 번뇌말이다.”(웃음)

사진=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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