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린다 린다 린다> Linda Linda Linda
2005-10-0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반짝이는 여고생들의 축제를 다정하게 기록한 수작. 멤버간의 불화와 한 멤버의 부상으로 여고생 밴드가 위기에 빠진다. 기타리스트 케이는 보컬을 찾다가,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손을 발견한다. 학교축제에서 공연하기 위해 80년대 인기그룹 블루 하트의 노래를 맹연습하는 소녀 밴드. 아직 일본말이 서툰 손은 노래방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케이는 눈물나도록 행복한 꿈을 꾸고, 자그마한 로맨스도 일어난다.

진정한 게으름은 아직 어린 사람들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십대 무렵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서, 수영장에 한가로이 떠있어도,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초조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린다 린다 린다>는 그처럼 하루가 지금보다 길었던 시절의 느긋한 속도로 타박대는 영화다. 아이들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어찌보면 무의미한 순간에도 온정성을 기울이는 이 영화는, 사소한 감정의 기복에도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던 잊혀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늘어져있다가도 팔짝거리며 후렴구 “린다 린다 린다”를 열창하고, 수다를 쏟아내기보다 엉뚱한 대사 몇마디로 진심을 표하는 소녀들. 특히 배두나가 한밤의 텅빈 무대에 서서 한국말로 멤버를 소개하는 장면은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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