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새드무비> 포스터 촬영현장에서 생긴 일
2005-10-11
글 : 문석
8인의 배우가 소풍 가던 날

“아니,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지난 7월18일 <새드무비>의 포스터와 <씨네21> 표지 촬영장인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차태현은 중얼거렸다. 단지 같은 소속사의 스타들이 한데 모인 게 신기해서가 아니었다. 이날은 처음으로 <새드무비>에 출연한 여덟 배우가 함께 자리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새드무비>는 네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얽혀 있는 영화인 탓에 이들은 자신의 상대 외엔 거의 촬영장에서 접할 수 없었다. 임수정은 “각자의 몫을 잘 해나가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아름다운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모인 풍경을 보니 아름다운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탁 트인 공원에 나오는 게 오랜만인데, 이렇게 다 함께 있으니까 소풍 나온 것 같다”는 이기우의 말처럼, 이날 촬영장 분위기는 영화의 제목과 반대로 밝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반면, 촬영을 맡은 이전호 작가의 마음은 심란했다. “여덟명의 모습을 한꺼번에 통제하고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른 배우들을 리드하며 촬영을 순조롭게 해 “조감독급”이란 평가를 들은 정우성이 아니었다면 일은 더 힘들었을지 모른다고 그는 말한다. 따가운 7월의 태양 아래서 가을 분위기의 사진을 찍어야 했던 그는 갈색 톤의 배경 천을 특별 제작했고, 가을 태양빛을 연출하기 위해 대형 조명을 동원했다. 이날 촬영장에는 배우 여덟명과 그들의 매니저를 비롯해, 코디네이터, 의상 담당자, 디자인팀, 촬영팀, 메이킹팀, 그리고 포스터 촬영을 위해 버스정류장 시설을 설치하고 살수차까지 불러야 했던 탓에 100여명의 인원이 북적거렸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네 커플은 사진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에 맞춰 진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마음의 소방관 진우(정우성)와 방송국 수화통역사 수정(임수정)은 지극히 다정한 모습이었고, 고시준비생 백수 하석(차태현)과 할인마트 점원 숙현(손태영)은 활기와 장난기를 머금었으며,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지만 아들을 챙기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인 주영(염정아)과 초등학생 아들 휘찬(여진구)은 진짜 모자처럼 살가웠고,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우 수은(신민아)과 놀이공원의 초상화가 상규(이기우)는 첫사랑의 연인처럼 풋풋했다. “다른 여배우들은 다 멋진 남자배우와 함께 다정한 모습을 취하는데, 나만 초등학생 친구와 찍다니 너무 힘들다”는 염정아의 농섞인 투정조차 여덟명의 어울림 속으로 녹아들었다. 각자 스케줄이 바빠 10월20일 개봉 때도 함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던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이 해후의 순간을 만끽하려는 듯,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1
2
3
6
4
5

1, 2/ ‘커플 스와핑?’ 이날 촬영장에선 <새드무비> 속 두 커플이 서로의 상대를 맞바꿨다. 정우성은 내내 아역 여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떡볶이를 먹이고, 장난을 쳤고, <장화홍련> 때 함께 연기한 뒤로 친해진 염정아와 임수정은 친자매처럼 수다꽃을 피웠다.

3/ 언제 어디서나 쾌활한 차태현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뜨겁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는 모두 조용한 편인 다른 배우 사이를 휘저으며 활력소 구실을 했다.

4/ 스타들이 타고 온 밴 차량이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선입견은 금물. 이날 ‘장비차량을 제외하고는 밴차량만 입장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올림픽공원 수위실은 승용차를 타고 온 차태현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자칫 촬영이 지연될 뻔했다.

5/ 야외 파티장처럼 부대시설을 갖춘 것도 촬영장 분위기를 북돋운 요소다. 배우와 스탭들은 쾌적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며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6/ 이전호 작가의 표지사진 컨셉은 ‘야외사진관’. 촬영을 위해 제작된 갈색 배경 천은 너무 커서 크레인을 통해서만 고정할 수 있었다. 천을 설치하는 데만 2시간 정도가 필요했다.

사진제공 영화마케팅 비단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