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다르덴 형제의 새 영화 <더 차일드>
2005-10-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다르덴 형제의 새 영화 <더 차일드>는 주요 전작 <약속>, <로제타>, <아들>에서 보여줬던 태도를 고스란히 수렴하는 ‘인간 구제 연작’ 중 하나다. 그 구제의 방식이란 섣불리 인간에 대한 희망을 끌어안지는 않아도, 쉽게 그 희망을 포기하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그 희망의 부재와 염원 사이에서 다르덴 형제의 인물들은 묵묵히 살아간다. 부주의하고 미숙한 인간 군상들의 오판으로 얽힌 삶, 운명처럼 엮여 있는 불운과 불행의 질긴 연속, 화해와 복수가 종이 한 장차이로 놓여 있는 모순의 관계가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부동의 조건이다.

<더 차일드>의 주인공 브루노는 그 혼란의 구렁텅이에서 기필코 구제되어야 할 어느 인간 중 하나다. 훔친 물건을 팔아 겨우 살아가고 있는 소년 브루노. 그는 아직 청년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어리다. 하지만, 그에게 여자 친구 소니아는 갑작스런 임신 소식을 알린다. 그러나 브루노는 소니아가 낳은 자기 아이조차 장물로 팔아 넘기는 철없는 행동을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소니아는 혼절하고, 브루노는 뒤늦게 반성한 후 아이를 되찾아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간 패거리들은 쉽게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브루노는 또 다시 다른 범죄에 연루되어 경찰에 잡히고 만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에는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작성하는 범죄적 인간의 절박한 상황과 조건만이 있다. 또는 더 절박한 상황과 조건을 모면하기 위해 사건을 저지를지도 모를 범죄적 인간의 위태로운 가능성만이 있다. 빈 유모차를 밀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뛰어 다니는 브루노와 소니아의 허망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일으키는 바로 그 절박함이다. 영화는 특별한 장치 없이 그들의 뒤를 좇지만, 한 번 시작하면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쉴 만한 순간 없이 끌고 가는 영화적 힘은 바로 그 카메라의 시선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나 오열을 터뜨리는 브루노와 소니아. 결국 다르덴 형제는 또 희망의 문턱까지 기필코 그들을 데려다 놓는다. 비록 전작 <아들>에 비해 영화적 섬세함과 작품 내 윤리적 긴장의 팽팽함이 다소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들 영화에서 형식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간을 창조하기 위한 태도 외에 다른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200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