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신념은 저마다 진실이라는 뿌리를 갖고 있고, 세상 모든 갈등은 그 진실의 뿌리들이 얽히면서 벌어진다. 한편의 실험극 공연을 앞둔 한 극단을 통해 <좋은 배우>는 그 과정을 흡사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보여준다. 공연이 다가오면서 극단 배우들은 매일 연습을 강행하지만, 본질에 다가서라는 말만 반복하는 연출가 아래에서, 배우들은 서로 반목하고 제 잇속 차리기에 급급하다. 고시를 준비하던 수영은 “모든 것을 버리겠다”면서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하고 극단에 뛰어들지만, 그의 의지 또한 이내 혼란에 빠진다.
연기 수련을 위해 산속으로 수행을 떠났던 지환이 합류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저마다의 안간힘은 끝내 각본 없는 핏빛 리허설을 빚고야 만다. 타인에 대한 충고와 위로가 실은 불안에 떠는 자신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인물들의 고백을 듣기까지 영화는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욕망이 불안을 낳고, 불안이 신념을 세우고, 신념이 진실을 잠식하는 과정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175분이라는 상영시간만 흘깃 보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라는 근거없는 편견을 서둘러 거둬야 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연극 배우들을 섭외해 3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 제작비를 들여 완성된 기이한 독립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