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진실의 정체에 매달리는 늙은 지식인, <반갑지 않은 사람>
2005-10-10
글 : 박혜명

진실은 마주치기 어렵다. 바르샤바에 주재하는 늙은 폴란드 대사 빅토르는 아내 헬레나가 병으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오랜 친구 올레그와 헬레나 사이의 관계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구 KGB요원이었고 현재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된 올레그는 빅토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빅토르의 착각이었을까. 그는 러시아-폴란드 무기협정 성사를 돕기 위해 임시 파견된 젊은 폴란드 영사 부부에게 아버지같은 호의를 베푼다. 그러나 협정이 어그러지고 나자 러시아 출신이라는 영사부인 옥사나가 올레그의 끄나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빅토르의 착각이었을까.

<반갑지 않은 사람>은 진실의 정체에 매달리는 늙은 지식인의 모습을 관찰하며 개인에게 유의미한 진실의 경계를 묻는다. 빅토르는 올레그와 헬레나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올레그와 옥사나 사이의 미심쩍은 관계만큼은 밝혀내기위해 적극적으로 덤빈다. 그는 자신의 짐작을 만족시키는 성과를 거둔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진실인가의 답을 얻는 일은 또다시 실패하고 만다. 올레그는 또 한번 입을 다물고, 빅토르는 무력하게 물러설 곳을 찾는다. 그 마지막 순간 위로, 모든 체념의 무게가 덜컥 실린다. 지적인 자의식이 한랭건조한 형식 안에 밀도있게 담긴 이 영화는, 얼마전 폐막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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