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그리는 남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10월9일 아침 10시30분, 두 번째 작품 <러브 토크>를 들고 부산을 찾은 이윤기 감독과 <흔들리는 구름>으로 언제나처럼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 차이밍량 감독이 만났다. 영화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거쳐 영화에 대한 애정고백으로 막을 내린 이른 아침의 대담. 길지않은 시간이 지난 후,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윤기 감독에게 차이밍량은 따뜻한 포옹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서 더 많은 대화를 갖자.”
이윤기 <애정만세> <하류> <구멍> <흔들리는 구름>까지, 감독님 영화로 대만을 접하다보니 대만인들이 한국인보다 더 고독해 보인다. 대만 사회가 사람을 고독하게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차이밍량 대만 사람들은 유행하는 음식 등, 짧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만 열중한다. 언론도 희극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특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옭고 그름의 판단이 힘들어졌고, 모든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윤기 내가 생각하는 서울과 똑같다.
차이밍량사실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PIFF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젊은이들이 연예인을 보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방향감각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지니고 살았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연예인의 손을 잡는 꿈을 지니고 산다. 정신적인 공허함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윤기 대만 감독들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한국은 영화산업이 상승중이지만, 사회와의 상관관계는 이야기되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독 대만 감독님들이 지성적인 분위기로 영화를 하시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차이밍량 어제 영국기자 한명이 나에게 말하더라. 한국영화가 최고고 대만영화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만영화는 지금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한국영화가 유명해지고 있는 게 사실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더라. 물론 대만의 영화산업은 열악하다. 유명 배우도 적고, 제작사도 발달되어 있지 않고, 배급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오히려 대만 감독들은 창조적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낸다. 한국 정부는 영화산업에 전격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경제적인 면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관객 구미에 지나치게 맞추려 든다.
이윤기 그 영국기자는 매우 우매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각 나라의 영화로 우위를 매긴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한국영화의 성공은 산업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다. 80, 90년대 영화인들에게 대만영화들은 환상적이었다. 분명히 대만영화의 르네상스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도 대만영화가 한국영화보다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감독님 작품 <흔들리는 구름>은, 이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랬다.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는 다른 영화를 볼 필요 없다”고 하고 다녔다.(웃음)
차이밍량 고맙다.(웃음) 사람들이 영화를 너무 비지니스적으로만 보고 있다. 영화는 하나의 창조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옳다. 많은 영화제들 중 부산영화제가 가장 감동적인 이유는, 대만영화를 귀중하게 여겨주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제들을 다녀봤지만 일반적인 반응은 그 영국기자와 비슷하다. 관객을 못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왜 더이상 좋은 영화를 보지 않느냐는 문제로 토론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중이 들지않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두려워하면 안된다. 관객이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지는 것을 직시하자. 나는 100여개 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표를 팔며 영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 표를 내밀어서 관객이 ‘한번 봐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만큼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영화에 13만 관객이 들었는데, 7만명 정도는 야하다는 소문을 듣고 왔을것이다. 하지만 그 7만명 중에서도 5천명 정도의 새로운 관객을 건졌을거다. 이렇게 감독 스스로 관객을 ‘배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윤기 희망적으로 들린다. 세상은 비관적이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듯 하고,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흔들리는 구름>에서 그런 열정과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희망의 정도가 폭발적으로 느껴진다.
차이밍량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이윤기 감독님이 도시인의 상실이나 고독을 표현하시는 방식은 전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던한 방식이다. 게다가 비슷하지만 항상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는가.
차이밍량 영화는 특수한 언어다. 나는 가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의 영화제에 무작정 찾아가서 자막이 없는데도 그냥 영화들을 본다. 좋은 영화면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감이 딱 온다. 그러면서 영화를 구상하고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서, 무성영화와 표현주의영화를 사랑한다.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대체 내가 왜 영화를 찍을까라는 고민도 같이 하게 된다. 나는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촬영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아니고 연기도 아니다.
이윤기 마치 선생님이나 구도자를 만난듯한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 90년대에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 중 감독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드물거다. 게다가 영화가 점점 멋있어진다.
차이밍량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나도 기쁘다. 솔직히,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영화 찍는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은 고통이다. 하지만 사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사회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웃음)
October 9th, 10:30am, Yoon-ki Lee of <Love Talk> and Ming-liang Tsai of <The Wayward Cloud> met together. They shared each other’s worries about filming and confessed their love towards films. “There are many questions I wanted to ask you, however, time was short.” says Yoon-ki Lee expressing his feelings. Ming-liang Tsai promises, “Let’s meet again and talk more in the future.”
Yoon-ki Lee Experiencing Taiwan through your films, Taiwanese people seem much lonelier than Koreans.
Ming-liang Tsai Current Taiwanese people are only focusing on things that are changing quickly such as trendy foods. Even the media is becoming a comedy. It is hard to make a judgment for what’s right and what’s wrong, and everything seems so unclear.
Lee Taiwanese directors discuss much about the social atmosphere. Korean cinema industry is on its way up, however not many stories are related to society. That’ s why the Taiwanese directors are considered to be creating films more intelligently.
Tsai An English journalist commented yesterday that Korean films have become the best and Taiwanese films are declining. I didn’t agree. I told him that Taiwanese movies are still in their best. He asked me the reason why I disagree, saying that Korean movies are becoming famous world-wide. It’s true that the Taiwanese film industry is in a poor state. Production nor the distribution system has been fully developed. However, because of these circumstances, Taiwanese directors are able to create innovative films and are able to express their ideas more frankly. The Korean government is supporting the filming industry and thus being more focused on economical profits, they tend to follow the audiences’ interests.
Lee Korean film industry’s success is too focused on the industry. Taiwanese movies were fascinating to the audience in the 80s and 90s. Taiwanese film renaissance was inevitably present and even now, you cannot say that they are lower than Korean films.
Tsai Most people view films as business, however, they should view films as a creation of art. Directors should be fearless of audience not coming into theaters for their films. Look at how people are getting used to Hollywood films. I am lecturing in more than 100 schools and selling tickets, talking about the importance of films. There were 130 thousand people watching the film this time. Probably, 70 thousand came hearing that this movie is erotic. However, of those 70 thousand, there may be 5 thousand new audiences. Like this, the director has to nurture the audience themselves.
Lee The director’s representation of loss and solitude of the urban people is in a modern form such that anyone worldwide can feel sympathy towards it.
Tsai A film is a special language. I often visit Argentina’s or Brazil’s Film Festival and watch the movies even though subtitles are not provided. Although I cannot understand the language, if it is a good film, I am able to understand the movie. Also, watching the movies, I think about what I would like to express in my films. For example, I love silent films and expressionism films. Watching these genres of films, I often as myself why I am creating films.
Lee I feel like I have met my mentor. Among Koreans who studied films in the 90s, there are few who haven’t been influenced by you.
Tsai I am grateful for such a comment. Frankly speaking, making films is painful. However, I would like to express my thoughts about the society and this is what keeps me going. On the other hand, I feel like I am becoming a socialist. (lau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