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의 곁에는 언제나 독일어-영어 통역자가 동행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교육받은 몽고 감독이라는 그의 정체성을 말없이 설명해준다. 그는 몽고 공영TV에서 일하다가 몽고영화아카데미를 거쳐 뮌헨의 영화학교에서 수업했다. 독일은 공교육비가 무료였고, 경제적으로 유학을 꿈꿀 수 없었던 그에게는 유일한 목적지였다. 그런데 몽고의 대지를 떠나 바이에른의 숲으로 가자 또다른 눈이 열렸다. “독일에서 살다보니 몽고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땅이 점점 중요하게 여겨졌고, 몽고에서 살때는 깨달을 수 없었던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는 몽고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를 들고 6명의 독일 스탭과 몽고로 향했고, 평원에서 살아가는 실제 가족을 섭외했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원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자 그들은 점점 카메라에 익숙해졌다.” 시적인 운율을 품은 극영화 <동굴에서 나온 누렁개>가 마치 인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몽고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투쟁에 가깝다고 토로한다. 1990년 공산주의 정권이 사라지자 국가의 지원금도 없어졌고, 몽고영화계는 힘을 잃어버렸다. 몽고의 평원을 영감삼아 영화를 만드는 비암바수렌 다바아는 언젠가 척박한 어머니의 대지로 돌아갈 꿈을 안고 있을까. “아마도. 지금 나에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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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땅이 점점 중요하게 여겨졌다”
사진 인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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