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한가>의 관금붕 감독과 배우 정수문
2005-10-12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사라진 상하이의 과거를 대변하고 싶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시간표에는 관금붕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른다. 아시아 걸작선 부문의 <완령옥>(1992)과 신작 <장한가>(2005)가 동시에 부산의 관객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완령옥>이 30년대의 상하이에서 거치른 생을 불사른 여배우의 장송곡이라면, <장한가>는 20세기 격동의 중국사를 거치며 사그라든 평범한 상하이 여인의 애가다. 2001년작 <란위> 이후 4년만에 돌아온 관금붕과 <장한가>의 주인공 왕치아오를 연기한 정수문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상하이에 관한 소설 <장한가>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관금붕/ 96년도에 이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지만 바로 전 해에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영화화한 <붉은 장미 흰 장미>를 마친 직후여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2003년도에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상하이에서 광고일을 하던 시기였고, 상하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사라진 상하이의 과거를 조명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상하이라는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장소인가.

관금붕/ 1990년대 와서야 처음으로 상하이에 가봤는데 홍콩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원래 중국 공산화 직전 상하이 부유층이 홍콩으로 대거 이주했었기 때문에 홍콩에도 상하이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다. 홍콩사람에게 상하이는 친근한 도시다. 어떤 사람들은 <장한가>를 보고 상하이를 통해 홍콩을 보여주려는게 아니냐고도 한다.

가수로 유명한 정수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정수문에게도 이 역할은 도전이었을 듯 한데.

관금붕/ 매우 도시적이고 자주적인 이미지와 성격을 갖고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겠지만, 정수문은 지금 홍콩 최고의 여배우다. 정수문 역시 그간 출연해온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가 아닌 다른 작품을 찾고 있을 때였고. 고정된 이미지를 변신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거다.

정수문/ 10대부터 40대까지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라 고민이 컸다. 실제로도 매번 다른 나이의 여인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굉장히 다른 영화여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왕치아오라는 여인은 각자에게 어떤 인물로 남아있나.

관금붕/ 강하고 전형적인 상하이 여자다. 일반적으로 상하이 여인은 똑똑하고 강하고 자신을 중시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인물이 인생의 가장 화려해야할 시기에 역사의 격변을 겪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상하이의 과거를 대변하고 싶었다. 왕치아오가 상하이인 셈이다.

정수문/ 일반적으로는 감독의 의견에 동의한다. 요약하자면, 좋지도 나쁘지도, 냉정도 아니고 열정도 아닌, 그런 평범한 인물이다.

미술감독 장숙평이 그려낸 상하이가 고혹적이다. 어떤 상하이를 그에게 주문했나.

관금붕/ 상하이의 외면보다는 내면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왕치아오를 통해서 상하이의 변화를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아름다운 소녀에서 50대의 힘없는 여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상하이의 변천을 보여주고 싶었다.

<장한가>는 대중적인 멜로드라마와 작가영화의 합일을 보여준다. 지금 홍콩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배경은.

관금붕/ 홍콩 영화계는 굉장히 극단적이다. 큰 문제는, 대중성과 예술성이 조화롭게 결합된 영화가 적다는 거다. 홍콩의 현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장한가>는 중국대륙으로부터의 출자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프로젝트다. 이제 홍콩영화라는 말로서 제한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어권 영화라고 규정짓는게 맞다. 8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시대는 이제 옛날 이야기다.

정수문/ 물론 홍콩도 기술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홍콩과 대만의 시장은 포화상태다. 그런만큼 중국시장을 중요시 여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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